계좌추적 남발…작년 환란前의 3.3배

정부 기관의 계좌추적 건수는 1997년 7만6373건에서 지난해 25만764건으로 3.3배 늘어났다. 또 지난해 계좌추적 건수의 78.2%인 19만661건은 법원의 영장심사 없이 행정기관의 판단만으로 발동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계좌추적권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행정기관이 직접 계좌추적권을 발동하는 것은 당사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큰데도 자의적인 계좌추적이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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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는 이어 “계좌추적권을 항구 보유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침은 수용할 수 없으며 예정대로 내년 2월에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계좌추적 건수가 급증한 것은 93년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만 해도 계좌추적권을 가진 정부기관이 검찰과 과세당국뿐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으로 대폭 확대됐기 때문.

상의는 또 계좌추적권 남용 방지를 위한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행정기관이 요청하면 계좌가 추적된 사실조차 길게는 1년 동안 본인에게 알려주지 못하게 한 독소조항을 없애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상의는 또 현재 금융기관이 일방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계좌추적 비용이 연간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면서 비용을 수익자인 정부가 직접 부담해야 하며 계좌추적권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감사원의 사후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