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30여명 재판부에 밀입국브로커 선처 탄원서

  • 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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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의 인생을 지옥에서 천당으로 바꿔 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8일 오후 서울지법 309호 법정. 서울지법 형사항소3부(황경남·黃京男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탈북자 입국 알선업자 이모씨(37)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씨(72·여)는 간절한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탈북자가 중국에서 공안을 피해 다니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고 저도 세 차례나 입국 알선 조직에 사기를 당해 한국에는 오지 못하고 수천만원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탈북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증언했다. 그리고 “이 선생은 진정 탈북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도와줬다”며 이씨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이씨는 한국 여권을 위조해 1인당 1000만원을 받고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 60여명을 국내에 입국시킨 혐의(공문서 위조 등)로 5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다른 입국 알선 조직의 경우 1인당 2500만원 이상을 받는 것은 보통이고 그나마 사기인 경우도 많은데 이씨의 경우 중국 공안에게 주는 뇌물, 위조할 여권 구입비 등을 고려할 때 큰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돈을 받지 않고 탈북자를 한국에 입국시켜 준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씨가 구속됐다는 사실이 탈북자 지원단체 등을 통해 알려지자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과 각종 탈북자 관련 시민단체들의 탄원서가 재판부에 밀려들기 시작했다.

탄원서를 제출한 탈북자는 30여명.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탈북자들의 탄원서 제출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두리하나 선교회 천기원(千琪元) 전도사는 “탈북자 지원은 당연히 한국 정부가 해야 하는 일임에도 정부가 무관심한 가운데 이씨가 탈북자들을 도우려다 생긴 일인 만큼 재판부의 선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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