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실장 4월에도 청주 술자리]민정수석실 신뢰 ‘먹칠’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32분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부실 조사’ 논란에 휘말렸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양 전 실장의 청주 향응 사건을 두 차례 조사하는 과정에서 4월 17일 청주 술자리 건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았음이 다시 드러남으로써 고의적인 ‘축소 은폐’가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가 5일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양 전 실장과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모씨가 6월 28일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것처럼 설명한 대목은 전체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 내용의 범위를 ‘양 전 실장의 6월 28일과 29일 이틀간의 청주 체류 행적’으로 한계를 그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남대 반환행사 전날인 4월 17일 술자리에서 양 전 실장과 이씨가 이미 만난 사실이 있었느냐의 여부는 문제가 된 6월 28일 술자리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하는 제1부속실장이 행사를 앞두고 밤에 청주로 내려가 술자리를 가진 것 자체도 기강해이 사례로 지적할 만하다. 따라서 자칫 이런 내용까지 세세히 밝힐 경우 ‘나사 빠진’ 청와대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숨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청와대 자체 감찰의 한계로 돌리는 시각도 없지 않다. 수사권 없이 당사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조사기법의 한계 때문에 검찰 수사처럼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조사기법의 한계가 아니라 청와대측이 조사 과정에 명백히 드러났던 사실까지도 ‘은폐’했다는 점이다.

특히 술자리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생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나 참석했다는 사실을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은 것도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할 민정수석실의 상황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청와대의 판단의 기준은 정(情)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눈’이 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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