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北지원 실현될까]核해결-北美정상화 선결과제

  • 입력 2003년 8월 6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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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이 검토 중인 북한 지원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까.

그동안 세계은행의 북한 지원은 몇 차례 가능성만 논의된 채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대화 무드가 조성 중이고 북한도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어서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은행과 북한=세계은행은 저개발국가에 개발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금융기구. 저리 또는 무이자로 저개발국의 발전소 도로 항만 농업관개시스템 상수도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교육 보건 의료 금융제도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북한은 1990년대 들어 경제난을 겪자 세계은행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와 접촉에 나섰다.

세계은행은 1998년 2월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총재의 선임 자문역이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국제경제연구소’를 설립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은행은 북한이 요청하면 북한 경제에 대한 종합연구를 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울펀슨 총재는 2000년 4월에도 북한이 요청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북한 관료들을 대상으로 중국 상하이와 호주 캔버라에서 실시된 시장경제 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측면 지원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기구에 가입하지 못했다. 북한이 가입 조건을 기피했고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지원의 장점=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박영곤(朴映坤) 연구위원은 “북한이 세계은행에 가입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 한국이 부담할 통일비용이 줄어 통일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KIEP는 ‘2002 북한경제 백서’를 통해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 장기저리 자금을 지원받아 농업 재건과 산업인프라 복구에 나선다면 민간투자 유발 등 여러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세계은행에 가입하기 전이라도 ‘특별신탁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가입 이후에는 긴급경제복구 차관과 국제개발협회 차관을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원이 현실화되려면=세계은행의 북한 지원이 현실화되려면 우선 핵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 북한이 세계은행의 회원국이 되려면 먼저 북한을 적성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동의를 얻어 IMF에 가입해야 한다.

남성욱(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세계은행에 가입하고 지원이 진행되는 과정에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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