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 전망은…]찰스 암스트롱교수 인터뷰

  • 입력 2003년 8월 3일 19시 05분


《“북핵 문제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남북문제 전문가인 찰스 암스트롱 미 컬럼비아대 교수(동양사학과)는 회담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을 생각하는 학자들의 모임(ASCK)’을 결성해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미국 사회에 남북한 문제를 널리 알리고 있는 그를 북한이 6자회담 수용을 발표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학교 연구실에서 만나 북핵 협상에 관해 들어보았다.》

―미국과의 쌍무협상을 요구해 오던 북한이 6자회담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인가.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희망해 왔으나 미국이 유일하게 동의하는 방식이 다자간 대화라면 그렇게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다자회담이건 양자회담이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북한은 종전의 요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미국과의 불가침조약, 경제원조다. 북한은 대신 핵 프로그램에 있어서 어떤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6자회담은 결실을 거둘 것으로 보는가. 성공 조건은 무엇인가.

“성공 여부는 미국이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줄 것이냐에 달려 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미국의 의도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는데 나도 그렇다. 미국은 더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회담의 결정적인 요소는 미국이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가 하는 점이다.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핵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다자간 안전보장 구도가 제안될 수 있겠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북동아시아 버전인 셈이다. 이것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 북한으로서는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으로서는 쌍무협정이 아닌 다자간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북한은 최근 핵 보유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북한은 자신의 핵 능력을 여전히 어느 정도 과장해서 말하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선언을 할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핵을 갖고 실험을 하게 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바뀌고 그 결과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대화를 미룬다면 북한이 실제로 핵 개발을 더 진전시킬 가능성도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부르면서 ‘미스터 김’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미국의 정책 변화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책 변화의 암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시 정부가 북핵 문제가 얼마나 큰 위기 상황인지를 진실로 평가하고 있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올해로 6·25전쟁 정전협정을 맺은 지 50년이 됐다. 이 협정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토대로 충분한가.

“(정전이 아니라) 전쟁과 갈등을 끝내야만 한다. 현재 진전시켜야 할 것은 북한과 미국 및 일본의 관계 개선이다. 20년 전에, 최소한 10년 전에는 그렇게 했어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수년 전 ‘모든 참전국과 주변국을 포함해 갈등을 종식시킬 해법을 찾는 또 하나의 제네바 회담을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제네바 회담을 다시 여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ASCK는 부시 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아직은 아니지만 부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이미 미국인들과 미국 내 한인들의 여론형성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 3월에 30여명으로 출범한 모임은 이제 100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다. 10월 워싱턴에서 학술회의를 후원할 예정이다. 11월 6일에는 미 전국 대학에서 동시에 ‘한국 평화의 날(Korea Peace Day)’ 행사를 개최한다. 한국에 관한 미국인 등의 이해를 높이자는 것이다. 세계의 관심 있는 학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중이며 현재의 위기 국면이 해소된 이후에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모임의 목표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찰스 암스트롱 교수 약력▼

△1984년 예일대 졸업

△1988년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 석사

△1994년 시카고대 박사

△현재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 겸 한국학 연구센터 소장서리

△주요저서=‘북한혁명, 1945~1950’(2003) ‘한국사회-시민사회, 민주주의 그리고 정부’(2002)

△주요논문=‘한국의 문화적 냉전’(2003) ‘북한영화의 기원’(2002) ‘미국의 한국, 한국의 베트남’(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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