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언론비판 파문]“유치한 표현 쓰면서 매사 언론탓만 하나”

  • 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44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장차관과 청와대 고위 참모진이 참석한 ‘국정토론회’에서 또다시 ‘언론’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낸 데 대해 언론학자 법조인 등 전문가와 네티즌들은 “국가적 난제가 산적한 이 시점에 또 ‘언론 탓’ 타령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정진석(鄭晋錫) 교수는 “대통령이나 측근의 부적절한 처사에 대해 밝히는 것은 언론의 사명인데, 그것을 두고 언론의 횡포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지도자가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것은 ‘얼굴이 밉다고 거울을 깨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박영상(朴永祥)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 자유는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이 올바른 정보를 얻고 민주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긴장관계’를 넘어선 ‘적대적인’ 언론관에 의해 손해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대통령제1부속실장에 대해 제보가 들어왔을 때 어떤 언론이 이를 보도하지 않겠는가”라며 “국가원수가 공적인 자리에서 ‘개××’ 같은 거칠고 유치한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매사를 ‘언론의 보도 탓’으로 돌리는 것을 국민이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언론학회장인 김민환(金珉煥) 고려대 교수는 “국정 어젠다가 ‘언론 문제’밖에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K씨는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언론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오다가 이제는 ‘전쟁’을 선포한 인상”이라며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증오는 비단 언론사뿐 아니라 그 언론을 구독하고, 글을 써 보내고, 자신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느끼는 국민에게 대통령이 직접 욕을 하는 것이라서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노 대통령의 ‘언론 불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의 한 네티즌은 “언론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 일이고, 대통령은 나라를 다스리는 게 일”이라며 “제발 일국의 대통령이 언론과의 싸움은 그만하시고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푸는 데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아닷컴 게시판의 네티즌(orea)은 “대통령은 언론이 특권적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제1부속실장이 범죄 혐의자의 업소에서 1박2일간 향응을 받은 명백한 사실에 대해 ‘언론 때문에’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직권 남용’”이라고 비난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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