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일목사 탈북자 돕다 中구치소 수감…정부 미온적 태도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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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일을 하다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1년3개월째 구치소에 수감 중인 ‘탈북자의 대부(代父)’ 최봉일(崔奉一·55) 목사의 석방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탈북자 관련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최 목사의 부인 오갑순(吳甲順·49)씨와 함께 1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정부가 최 목사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오씨는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 남편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뒤 지금까지 좋은 소식을 기다려 왔으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며 “남편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통령의 노력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3월 14일 탈북자 25명을 주중 스페인대사관으로 진입시키는 등 탈북자들을 도운 혐의로 같은 해 4월 중국 옌지(延吉)의 자택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그 후 최 목사는 지금까지 단 1차례의 재판만 받았을 뿐 1심 선고도 받지 못한 채 옌지의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최 목사는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중국의 애매한 재판기한 규정 등으로 재판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탈북자들을 돕다가 중국공안에 체포돼 수감 중인 한국인은 최 목사를 비롯해 5명 정도. 이들은 인도적인 일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탈북자에 대한 불법적인 출입국 지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다 공안측도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석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8월 중 최 목사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불법 출입국 지원 위반죄의 최고형인 7년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다”며 “인도적인 일을 하다가 체포된 만큼 선처를 부탁해야 하지만 중국의 국내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외교적인 관례상 무조건 풀어 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목사 이전에 탈북자를 돕다가 체포돼 추방형을 받은 인사들이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다녀 중국도 화가 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기독교성결교단 소속으로 96년 중국으로 건너가 북한과 접한 지린(吉林)성에서 선교활동을 해왔다. 선교활동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실상을 알게 된 최 목사는 탈북자 지원 네트워크를 만들어 탈북자들을 꾸준히 도와왔다.

그동안 중국으로 3차례 면회를 다녀온 부인 오씨는 “남편은 구치소 안에서도 아픈 자신의 몸보다는 탈북자들을 걱정했다”며 “가장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1년3개월은 너무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의 딸 유리씨(26)와 경기 김포시에서 군복무 중인 아들 승원씨(23)는 아버지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다.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아오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잘 위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중국법상 구치소 내 서신왕래가 금지돼 있어 최 목사는 부인 오씨를 통해 아들딸의 편지 내용을 전해 듣는 정도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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