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파 “386실세 세상을 만만히 봐”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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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청와대 386 참모’들을 정면공격하고 나선 것을 놓고 여권 내 신당 추진세력 내부에 두 갈래의 미묘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신당파 중진들은 대체로 정 대표의 공세를 이해한다는 분위기이지만, 일부에서는 386 참모들의 현실적 힘을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당파의 한 중진의원은 “정 대표가 오죽하면 청와대를 향해 문책인사를 요구했겠느나”며 “386 실세들이 세상을 너무 가볍게 보고 권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굿모닝시티 사건 수사에 386 실세가 개입해 주류 중진들을 제거하려 했다는 이른바 ‘386 음모론’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대단히 신빙성이 높다”며 “권력을 이용해 막후 정치를 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면 차제에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23일 공개적으로 ‘386 수용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386도 이제 40줄인데, 그들이 신당의 간판으로 나선다고 해서 누가 ‘너는 안 돼’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가령 신당 대표 경선에 386들이 나와 붙어보겠다고 하면 같이 경쟁해서 이기는 사람이 주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앞의 선배들이 (신당의) 간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으나 그게 어려울 것 같다”면서 “50줄인 나도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다”며 자신을 포함한 신당파 중진들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신당파에서는 이 총장과는 다른 관점에서 386들의 힘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의원은 “다수가 참여하는 통합신당으로 가닥을 잡아온 정 대표가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를 보이면 자칫 청와대의 386 참모들에게 이전의 신당안, 즉 소수라도 개혁신당을 해야 한다는 구상을 다시 추진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86들의 현실 역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신당 추진 자체가 혼란에 휩싸이고, 여권이 분열되는 등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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