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외교해결 분위기 살리기를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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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에 ‘불가침 보장’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 언론의 보도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높여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공식확인은 되지 않았으나 ‘구두 선언’ 이상의 방법으로 북한의 안전보장 우려를 불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뉴욕 타임스 등의 보도에서 북핵 해법을 찾으려는 미 정부의 노력을 읽기는 어렵지 않다. 불가침 보도 전날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Mr. 김정일’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외교적 해결’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미 정부의 북핵 대책이 외교적 해결로 선회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중국측에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다자회담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처럼 북-미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조금씩이나마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대한 변화다.

이번의 대화 분위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에 특히 중요하다. 북한은 강온파의 대립이 극심한 미국에서 외교적 해결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량살상무기 확산금지 구상(PSI) 추진 등에서 보듯 매파들의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북한과는 어떤 거래도 없다’고 단언하던 그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으나 세력판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강경파와 맞서기를 원치 않는다면 북한은 이번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9월 9일 핵보유국 선언’ 같은 위협카드를 내민다면 대화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각될 것이다.

북한은 중국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대화를 성사시키려는 중국의 성의를 무시하면 북한은 더욱 철저한 고립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의 변화 역시 중국의 외교적 노력 덕분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화 기회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중국이 주선하는 다자회담에 응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회담장에서 각자의 방안을 내놓고 접점을 찾겠다는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상대방을 향해 한 걸음씩 더 나아가는 것, 그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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