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주체가 정부 믿을 수 있어야

동아일보 입력 2003-07-14 18:42수정 2009-10-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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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정책의 중점을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도 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출범 이후 줄곧 분배 정의에 무게를 둬온 정부가 우선 성장부터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탁상에서 만든 대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정책을 현실에 적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정교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투자활성화 조치는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거의 망라한 만큼 시행 과정에서 세수감소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장기 국정구호로 제시한 ‘2만달러 시대’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한 목표다. 5대 실천전략 역시 전력투구해 노력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예컨대 선진국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정립은 정부 기업 노조가 마음을 열고 장기간 협상해야 이룰 수 있다. 기술혁신과 구조개혁도 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정부가 국정구호를 추상적인 ‘동북아경제중심’에서 피부에 와 닿는 ‘2만달러 시대’로 바꾼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큰 틀이 출범 5개월 만에 바뀐 것은 정책이 즉흥적으로 입안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한데 대원칙이 자주 바뀌면 오히려 불확실성만 증가시킬 뿐이다. 2만달러 시대라는 비전 제시는 좋지만 이 구호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정부가 목표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과 경기회복, 장기적으로는 2만달러 시대 달성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면 계획은 탁상공론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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