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폭 물갈이 신호탄 ?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52분


코멘트
국정운영 난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여권 내에서 청와대 및 정부 진용 개편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직원 조회에서 ‘대선 공신(功臣)의 문제’를 언급한 것도 개편 구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자격 386 참모가 우선 개편 대상=노 대통령은 직원 조회에서 “대선 공신이라고 자꾸 공로를 내세우면 안 된다. 지난번에 보상 차원의 인사가 있었으나 그것은 기회를 준다는 것이지 보장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보상의 유효기간은 어떤 경우는 6개월 어떤 경우는 1년”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언급은 1차적으로 대선 공로와 ‘개혁 코드론’을 내세워 요직을 차지했으나 업무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386 참모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기간 중 업무 미숙으로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었던 S비서관, 지난달 30일 강남의 룸살롱에서 일반인들과 술을 마시는 장면이 목격된 386 출신 K, L행정관 등 기강해이 해당자들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6개월 유효기간’이 끝나는 8월 말경 비서실 내 총선 출마 희망자들과 동시에 퇴진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문학진 정무1, 박재호 정무2, 박기환 지방자치비서관 등 비서관 6명 중 3명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업무가 소홀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정무수석실의 경우 기강확립 차원의 물갈이가 예상된다.

▽대폭 개편으로 이어지나=7월 중순 대통령수석비서관실의 업무보고, 8월 초 각 부처의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상황 평가 결과에 따라서는 8월 말 일부 비서진 퇴진 때 비서실 조직개편을 포함한 대폭 개편이 단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진작부터 청와대 참모의 정치보좌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의 교체론이 제기돼 왔다.

당장 교체가 어렵다면 정무장관직을 신설해 정무기능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이해찬(李海瓚) 이강래(李康來) 의원 등이 청와대에 대체 투입될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 일부 장관의 퇴진론도 있다. 한 주류 인사는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을 만났더니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라면 어디든 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 개편’에 대해서는 아직 결심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나=노 대통령은 이날 직원 조회 직후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과 단독 오찬을 하며 노사 문제 등에 대한 여론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 대통령이 당내 비주류와 가까운 김 의원을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코드론에서 탈피해 비판적 여론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 방식을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 대통령이 직원 조회에서 “과거 방식대로 하면 국민소득 마의 1만달러를 넘지 못한다. 우리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