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뜻과 따로 간 '국민의 정부'

입력 2003-06-26 18:44수정 2009-09-2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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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의한 정치’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그래야만 국정이 투명하게 되고 부정부패도 사라집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98년 2월25일 취임사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그러나 DJ의 친인척 비리가 잇따라 드러난 데 이어 국민을 속인 대북 비밀 송금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자 “‘국민의 정부’에는 국민이 없었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그들만의 정부’=DJ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과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라는 가시적 성과를 남겼지만, 전반적으로 ‘실패한 정부’로 평가 받는 이유는 정권 핵심부의 도덕성 상실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것도 단지 개인 차원의 모럴 해저드가 아니라 국민의 동의와 지지에 기반하지 않는 소수의 독선적 정책 운영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원택(康元澤·정치외교학) 숭실대 교수는 “DJ 정부는 정보의 흐름과 정책 의사 결정이 소수에 의해 독점돼 투명한 국정운영과 거리가 있었다”며 “대북 비밀 송금 사건도 야당에 정치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아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권이 야당과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보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며 “그 거짓말이 노출될 경우 정치적 상황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더 큰 거짓말을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이 깨끗한 정부를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의 세 아들이 청탁이나 로비 등을 하며 거액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 것도 DJ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DJ 정부의 총체적 거짓말=지난해 10월 5일 당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북 비밀 송금 의혹을 캐묻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에 시종일관 ‘거짓말’로 답했다. 현대에 대한 불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과 현대상선 간의 통상적 대출관계”라고 말했고, “북측에 1달러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국감장에서 위증하면 처벌받는 것 아느냐”는 질문에 “잘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승리로 이끌고도, 최근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없었는데, 전쟁의 명분 때문에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재선(再選)가도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거짓말에 엄격한 미국정치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DJ 정부의 실패는 같은 ‘소수 정권’인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진정한 출발은 대북 비밀 송금 특검 결과에서 드러난 DJ 정부 햇볕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 정부는 그런 정책적 진단보다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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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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