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특검법 파란 예고]"밀리면 끝" 정면 충돌

입력 2003-06-26 18:40수정 2009-09-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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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6일 한나라당이 제출한 새 특검법안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경모기자
청와대가 26일 대북 송금 새 특검법안 거부 의사를 밝히자 한나라당이 즉각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서 특검 정국이 초반부터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날 새 지도체제를 출범시킨 한나라당은 특검 문제를 고리로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설 태세고 민주당도 ‘물리적 저지’ 대책까지 강구하고 있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정국 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청와대의 거부 배경=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새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것은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측은 북한에 송금된 4억5000만달러 중 1억달러가 정상회담 대가로 밝혀지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이 사실이 북한을 자극하고, 국내 여론까지 악화시켜 남북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핵문제 해결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마저 막힐 경우 미국 일본과의 공조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주도권은 현저하게 약해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우려다.

청와대는 국내정치적 측면에서도 대북 송금 문제가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결코 유리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계속 이슈화하려는 이면에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관철함으로써 현 정부 지지층을 더욱 균열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새 특검법안 통과돼야”=한나라당은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방침이 전해지자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해구(李海龜) 대북 비밀 송금 의혹사건 진상규명특위 위원장은 “이제 막 제출돼 심의도 끝나지 않은 법안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라며 “노 대통령은 새 특검법안 통과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전자를 통해 북한으로 간 2억5000만달러는 자금 조성 및 송금 경위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대상을 ‘150억원 의혹’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요청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새 특검법안을 거부할 경우 우선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대통령 탄핵소추 문제까지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최대한 이용해 총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 “더 이상의 특검은 안 돼”=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환영하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한나라당의 새 특검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주류 비주류가 따로 없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이제는 산적한 민생현안을 챙겨야 할 때다”며 저지 방침을 밝혔고,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야당이 두 번씩이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비주류측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한정 특검’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이젠 어떤 형태의 특검도 도입해선 안 되며 150억원 의혹 사건도 일반 검찰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주류측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수사대상을 150억원 부분에 한정한다면 한나라당과 특검법 문제를 협의해볼 수는 있다고 본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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