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말 바꾸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파업사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의 예다. 노 대통령은 파업 때는 노동운동의 도덕성 상실을 개탄하며 ‘엄정 대처’를 강조했다가 정부측의 상당한 양보로 파업이 타결되자 ‘불편 감수’쪽에 무게를 두었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말이 바뀌어서야 현 정부가 내세우는 ‘원칙과 신뢰’의 국정운영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대화와 타협도 그 기본은 법과 원칙이어야 한다. 그런데 법과 원칙이 자꾸 허물어지고 있고 그 중심에 ‘신뢰성을 잃은 대통령의 말’이 있다는 게 김 추기경의 ‘쓴소리’가 아닌가. 노 대통령이 직면한 리더십의 위기는 상당부분 ‘대통령의 말’이 자초했다는 얘기다.
김 추기경은 정치논리에 따른 노 대통령의 특검연장 거부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핵과 관련된 한미일 공조의 경우 일단 약속했으면 뒤에 ‘딴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싫어하는 신문’도 읽어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모든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함께 한 마음으로 나라를 걱정해야 한다”는 김 추기경의 말처럼 현 난국의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역시 국가최고지도자인 노 대통령에게 있다. 노 대통령과 정부는 김 추기경의 고언에 담긴 뜻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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