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배달사고'냐 '朴 양심불량'이냐…박지원씨, 이익치씨 고소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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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을 통해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줬다는 150억원의 행방을 둘러싸고 당사자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튿날인 19일 김주원(金周元) 변호사를 통해 이 전 회장을 명예훼손과 공무집행방해, 횡령 등 혐의로 고소 고발했다. “이 전 회장이 자신의 친구인 김영완(金永浣·50)씨를 통해 150억원을 가로챘는데도 박 전 장관이 돈을 받았다고 허위 진술해 박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특검 수사를 방해했다”는 게 소장의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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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피의자가 뇌물 공여자 또는 전달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법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될 경우 이 같은 피의자의 ‘전면부인’은 판사에게 ‘양심불량’으로 비쳐 ‘괘씸죄’ 형량이 보태질 수도 있다.

특검팀 주변에서는 박 전 장관이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박 전 장관이 설령 150억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단순한 ‘경유지’에 불과하지 ‘종착역’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이 돈이 권력실세인 모 인사를 통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박 전 장관은 억울함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측은 이 전 회장이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50억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에 대한 돈세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완씨는 박 전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 전 회장의 측근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특검팀은 현재 박 전 장관이 뇌물을 받은 시점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장관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알리바이를 대고 싶어도 뇌물수수 날짜가 특정되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특검은 이 돈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계좌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인물인 김영완씨가 이미 해외로 도주한 상태여서 돈의 종착역이 쉽게 찾아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뇌물수수 여부를 둘러싼 양자의 공방도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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