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클라크 소렌슨/'이라크 해법' 북한엔 안맞다

입력 2003-06-12 18:25수정 2009-09-29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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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미국 국가안정보장회의(NSC)의 매파들이 북한정책을 만들어 왔다. 지난해 9월 ‘국가안보전략’에서는 선제공격의 대상이 되는 ‘악의 축’ 국가에 이라크와 북한만이 꼽혔다. 여기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호전적인 발언들도 있었다. 그는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배치를 요구해 왔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중요한 목적이 ‘정권 교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그리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베이징 3자회담은 미국이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임을 보여준다. 회담을 열면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NSC의 매파들로부터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에 이라크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라크 전쟁 전 상황과 현재 북한과의 경색 국면, 둘 사이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1)이라크는 유엔의 제재와 강제 사찰을 받고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무력 사용을 위한 국제적 권한을 이미 부여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2)이라크는 북부와 남부의 비행금지 구역에서 이뤄진 미국의 군사활동 때문에 공중 방어 시스템을 재건하지 못했다. (3)유엔의 경제 제재와 무기사찰 때문에 이라크는 군사력을 증강할 수 없었다. (4)이라크의 지형이 편평한 사막지대여서 시설들을 적의 공중공격으로부터 은닉하기 힘들었다. (5)이라크를 지원할 힘 있는 인접국이 없었다. (6)후세인 정권 시절 이라크도 상대적으로 외부 세계에 개방돼 있어 미국은 이라크 사회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들은 ‘이라크 전쟁의 주요 동기는 부시 행정부가 값싸고 손쉬운 승리를 얻어낼 수 있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시 행정부의 ‘회전의 정치(politics of spin)’의 한 예다. ‘회전의 정치’란 효과적인 정책을 고심해서 만들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그 반응을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거의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치 않았다. 이라크가 알 카에다나 9·11테러와 연계되지 않았다 해도 중요치 않았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그렇게 믿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 뒤 부시 행정부가 국가건설에 대해 준비한 것이 거의 없어 보여도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이 테러에 대한 군사적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는 것, 이라크인들의 해방을 이룩한 것처럼 보이는 것만이 중요했다.

마지막 논점은 이라크의 원유와 관련이 있었다. 이라크 원유가 전쟁의 주요 동기는 아니었다 해도 이라크 원유는 전쟁을 저렴하게 해 준 조건 중 하나였다. 자신들과 다양하게 연결돼 있는 벡텔사에 재건사업의 주요 계약을 넘겨준 부시 행정부의 초기 대응은 향후 진행과정이 어떻게 될지 보여준다.

부시 행정부가 정권교체라는 정책을 북한에 적용한다면 군사적 선택은 확실하지도, 신속하지도, 저렴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국제적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런 결의안에 오히려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비행금지 구역에서 행한 것과 같은 첩보활동을 하지 못해 북한의 대공 방어는 상대적으로 완전하다. 또 북한 사회의 폐쇄성 때문에 미국은 주요 시설의 위치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거의 없다. 따라서 영변에 대한 정밀폭격(surgical strike)이 군사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북한의 핵무기와 재생산된 플루토늄이 제거될 것이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 또 북한은 서울을 생화학무기로 공격하고 일본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군까지 포함한 전면적 군사작전만이 부시 행정부 매파의 목적을 달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산악 지역과 광대한 지상시설 때문에, 그러한 공격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결국 북한에 대한 전쟁은 신속하고 값싸고 분명해야 하는 ‘회전의 정치’에 들어맞지 않는다.

클라크 소렌슨 미국 워싱턴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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