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등신外交' 발언 파문…정국 경색조짐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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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이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일 외교활동에 대해 ‘등신외교’라고 비난한 데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망언’으로 규정, 반발하고 나서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이 중단되는 등 정국이 경색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방일외교는 한국외교사의 치욕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며 ‘등신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즉각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나라당의 오늘 망언은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욕이다”라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시한 뒤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대변인인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를 대표해 정상외교에 나선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 발언은 상식을 벗어난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정부는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역시 한나라당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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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가 이 의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때까지 국회 대정부질문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의 오후 일정은 중단됐다.

민주당은 또 이 의장의 당직 해임을 한나라당에 요구하고 이 의장의 의원직 제명을 위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문석호(文錫鎬)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의장의 발언은) 한마디로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자,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망언 중의 망언’이다”라고 규정한 뒤 “한나라당은 이 의장의 발언이 당의 공식 견해인지 분명히 밝혀라”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의장은 개인 성명을 내고 “이번 표현은 노 대통령 방일 외교성과와 행태에 대한 수사적 비판에 불과했다. 이 점에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희(朴鍾熙)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원내 대책회의 후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국회파행 행동은 최근의 굴욕적 외교행태에 대한 비판을 우려한 전형적인 ‘물타기’와 ‘발목잡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 의장이 이미 ‘유감’표명을 한 만큼 민주당이 요구하는 3개항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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