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임동원-정몽헌씨 北송금과정 조직적 개입

  • 입력 2003년 6월 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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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이뤄진 대북송금은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포함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현대, 금융기관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5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崔奎伯)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구 외국환거래법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이 이날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을 비롯해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등 청와대, 국정원, 현대, 금융기관 고위 인사 16명이 대북송금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박 전 장관이 ‘북 송금’ 자금 조성에 개입했다는 사실도 처음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은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함께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또 현대측이 관계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과 통천지역 경공업지구 및 통천비행장 건립사업을 추진한 데도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장관은 대북송금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로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등이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에게 모두 4억5000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측은 △현대상선 2억달러 △현대건설 1억5000만달러 △옛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반도체) 스코틀랜드 공장매각대금 1억달러(추정) 등을 중국은행 마카오지점, HSBC 싱가포르지점 등에 개설된 북측의 13개 계좌 등에 나눠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특검팀은 대북송금 자금의 성격과 관련, 남북정상회담 성사용과 현대 대북사업의 대가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종훈(金宗勳) 특검보는 이날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A(정상회담 성사)나 B(경협자금)보다는 ‘패키지(A+B)’일 가능성이 높다”며 “두 요소를 계량화해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소장에는 대북송금이 7대 경협사업의 대가라고 적시했으나 이는 법률적 구성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뿐, 법률외적 혹은 정치적 의미에서 대북송금을 경협대가로 단정지은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수사결과 발표 때 돈의 성격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밝혀진 사실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산업은행 대출 과정에 이근영(李瑾榮·구속) 당시 산은 총재와 외압성 전화통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광옥(韓光玉·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 전 대통령비서실장, 2000년 3∼4월 북측과의 정상회담 예비접촉 때 박지원 당시 문화부 장관을 수행한 하모씨(31)를 소환 조사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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