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총리가 털어놓은 97년 YS개각

입력 2003-06-03 20:41수정 2009-09-29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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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총리는 국무총리의 장관 임명제청권과 관련해 97년 초 김영삼 대통령과의 개각 논의에 얽힌 뒷얘기를 3일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공개했다.

97년초 고 총리는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지명됐다. 다음날 청와대를 방문해 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고 총리는 개각대상자 명단을 통보받았다. 복사본을 하나 주면 좋았을 것을 김 대통령은 "부를테니 받아 적으라"고 했다.

당시 개각의 핵심은 강경식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경제장관의 전면 교체. 고 총리는 당시 "경제장관의 면면은 문제없으나, 경제팀 수장인 강 부총리가 팀워크가 맞는지 동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문제는 그 때가 개각발표 예정시각인 오전 10시를 30분 앞둔 9시반이란 점.

고 총리는 이어 유임이 확정됐던 법무부장관의 교체도 요구했다. 당시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에 대한 수사가 논란이 됐는데, 경남(PK) 출신인 정씨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PK 일색이던 수사라인을 바꾸기 위해 법무부 장관 교체를 요청한 것이다.

김 대통령이 "누가 적임이냐"고 물었다. 고 총리는 "깊이 생각은 안 해 봤지만, 조간 신문에 최상엽씨와 XXX씨가 물망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자리 옆에 있는 벨을 눌러 비서를 부른 뒤 "최상엽씨 연결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법무부장관은 교체됐다.

고 총리는 같은 자리에서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 주무장관인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장관도 올해 중에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고 건의했다. "정당에 몸담았던 적이 있는 장관은 대통령선거를 치르기엔 곤란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 대통령은 즉각 "하려면 지금 하자"고 답했다. 적임자를 대 보라는 말에 고 총리는 OOO씨와 강운태 전 농림부장관(현 민주당 의원)을 꼽았다. 김 대통령은 "이번에는 두 번째 사람을 불러볼까"라며 비서를 통해 연결을 지시했다. 이 역시 교체됐다.

고 총리는 당시 "이왕 교체하려면 명분을 줘야 하니까, 서정화 장관(현 한나라당 의원. 고건 총리가 내무부 장관시절 차관으로 일 한 인연이 있음)에겐 신한국당(현 한나라당)의 당직을 주겠다는 이유를 대 달라"고 건의했다.

결국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개각발표는 오후 2시로 연기됐고, 강경식 부총리의 "팀웍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은 뒤 법무부 내무부 장관 2자리가 추가로 교체됐다는 것이 고 총리의 술회.

3일 이 이야기를 고 총리에게서 들은 방송기자들 가운데 일부는 "맞다. 그때 오전이던 개각발표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후로 밀려서 방송 스케줄이 엉망이 된 적이 있다"고 반응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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