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위기감을 토로한 직후 유인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5·18시위가) 우발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한총련 일부 지도부에 대해 관용적인 처분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직접 연관은 없겠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한총련 의장과 남총련 의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자 경찰은 즉각 보강조사 후 영장재신청 방침을 밝혔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5·18추진위 간부들과 만나서 한 얘기에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한총련 관련자에 대한 수배 해제 논의를 당분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도 “사법처리가 반드시 엄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선 과연 누구 말을 믿고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작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국민인 것이다.
정부 내 엇박자는 몇 가지 의문이 들게 한다. 불과 이틀 전인 19일 노 대통령이 5·18시위를 ‘난동’으로 규정하고 강 장관이 검찰에 주동자 엄정처리를 지시한 것은 뭔가. 20일 노 대통령이 “벌은 사전에 예고되고 실천돼야 한다”고 원칙을 강조한 것은 또 뭔가. 그런데도 유 수석비서관이 관용을 언급한 것은 항명이었을까, 아니면 노 대통령의 속뜻은 다를 것이라고 스스로 헤아린 것일까.
경위야 어찌됐든 문제는 3개월도 안돼 굳어져버린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어지러운 국정스타일이다. 국정책임자들 말이 서로 엇갈릴 뿐만 아니라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데 안정적인 국정운영이나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국정위기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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