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前비서 계좌추적…이근영씨 긴급체포

  • 입력 2003년 5월 20일 18시 29분


코멘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과 사전 접촉한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서로서 수행했던 하모씨(31)의 계좌에 수천만원대의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 돈의 출처와 성격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특검팀은 1일 하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통장 2개를 압수해 해당통장과 연결계좌에 대한 추적과정에서 이 같은 뭉칫돈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19일 하씨 계좌와 연결된 다른 계좌에 대해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문제의 뭉칫돈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00년 3∼4월경 하씨의 통장에 입금된 만큼 남북정상회담 사전 접촉과정에서 현대측이 제공한 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특검팀은 조만간 하씨를 소환해 돈이 입금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하씨는 2000년 3월 박지원 당시 문화부 장관이 송호경(宋浩景)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접촉을 가졌을 때 수행했었다.

이에 대해 하씨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측으로부터 어떠한 돈도 받은 사실이 없고 박지원 전 장관에게 돈을 건넨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2000년 6월 당시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이근영(李瑾榮)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이날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 전 위원장은 당시 산은총재로서 산은법상 신규대출이 불가능한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준 혐의다. 특검팀은 또 이 전 위원장을 상대로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과정에서 한광옥(韓光玉)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박상배(朴相培)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을 다시 소환, 이 전 위원장과의 대질신문을 벌였다.

특검팀은 또 현대상선으로부터 제출받은 회계자료들을 통해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북한에 보낸 2235억원을 회계장부에는 선박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허위 기재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 경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