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수표 배서 외환銀 직원 금융실명제 위반 논란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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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의 조사결과 현대상선이 북한에 보낸 수표 26장(2235억원)의 배서자 가운데 한 명이 외환은행 직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실명제 등 법규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직원은 2000년 6월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이 2235억원을 북한의 해외계좌에 보낼 때 5억원짜리 수표 한 장이 모자라자 10억원짜리 수표에 배서(수표 뒷면에 수표를 받은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를 적는 것)해 입금처리했다. 이어 이를 5억원짜리 수표 2장으로 다시 인출해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실명제는 모든 금융거래를 본인 이름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실명확인의 책임은 은행이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환은행 직원이 10억원짜리 수표에 배서할 때 수표를 제시한 국정원 직원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했다면 실명확인을 한 것으로 간주돼 법규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배서한 뒤 송금까지 외환은행 직원 명의로 했다면 법규위반이 될 수 있다.

A은행 법무팀장은 “현대상선이 아닌 은행원 명의로 해외송금을 했다면 정당하지 못한 돈을 제3자 명의로 해외로 보낸 것이어서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직원이 왜 이 같은 상식 밖의 일을 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나중에 수표를 발행한 기업이 부도가 나면 어떤 책임을 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은행원이 고객이 갖고 온 수표에 대신 배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비정상적인 절차였다는 것.

한편 외환은행에 정통한 전직 금융인은 “당시 은행 고위책임자가 국정원으로부터 환전 및 송금요청을 받고 직접 본점 영업부 책임자에게 ‘관련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즉 영업부 직원이 은행 고위책임자의 지시를 받고 배서한 것이어서 외환은행이 현대상선 대북송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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