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정 TV토론]신당-정치개혁

  • 입력 2003년 5월 2일 0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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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일 MBC TV 100분 토론에서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답변하고 있다.김경제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1일 MBC TV 100분 토론에서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답변하고 있다.김경제기자
민주당에서 제기되는 신당창당 주장 등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내 속은 뻔하지만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음모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 말을 아끼고 있다”고 말해 내심 판단이 서 있음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하겠다.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는 관계를 탈피하겠다는 공약을 했기 때문에 당 돌아가는 사정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켜보면서 의사표명을 할 때는 하겠다”고 말해 조만간 내심을 표명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신당 및 앞으로의 정국 운영 구도에 대한 ‘내심’을 짐작할 만한 발언도 했다. “내년 총선에서 내가 당을 만들거나 내가 이끄는 당이 반드시 무리하게 과반수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고 한 대목이 그것이다. 여당이 과반의석이 되지 않으면 정당간 연합에 의한 국정운영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총선 후 다당제 정국 구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실제 최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독대한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이 4당 이상의 정국구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며 “개혁 신당 창당을 통해 현재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3당 구도를 4당 구도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좋지만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더라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다당제 구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혁 신당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내 ‘친노(親盧)’ 성향의 개혁파 의원들이 ‘탈당 불사’를 외치고 있는 이면에도 청와대의 이런 기류가 반영돼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 대통령이 당적이탈 문제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채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해 봤으나 선택의 문제가 있어서 쉽지 않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의 고민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다만 “여야를 구별하지 않고 초당적으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하기보다는 정치개혁의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신당 등에 대해 의사 표명을 하더라도 직접 개입보다는 ‘환경 조성’ 수준의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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