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핵 보유, 한반도의 재앙이다

  • 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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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보유 발언’은 한반도 상황을 뿌리째 뒤흔드는 메가톤급 충격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하루아침에 북한이 핵을 가지고 무슨 ‘장난’을 할지 걱정해야 하는 세계적 우환으로 변했다. 북한 스스로 인정한 핵 보유를 놓고 의도를 분석해야 한다며 미온적 대응을 할 계제가 아니다. 핵의 존재를 시인했다는 이근 북한 외무성 부국장의 발언은 한반도에 닥칠지도 모를 재앙을 예고하는 저주처럼 들린다.

우선 한반도 주변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과 정책 변화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 보유 가능성을 거론하기 는 했지만 단정적으로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밝힌 적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 더불어 살려고 할 것인가, 아니면 핵 제거를 추진할 것인가. 북한과의 협상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강경파, 3자회담을 파국의 무대로 만든 북한에 대한 반감 그리고 이라크전에서의 승리감 등 미국 내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의 선택은 자명해 보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어제 미국측에 “대담한 해결방도를 내놓았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북한의 주장을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해온 일본이 핵무장 움직임을 보인다면 어떻게 제지할 것인가. 북한의 핵 보유는 아시아 각국이 핵무장에 나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추구하는 핵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이 끔찍한 현실의 직접 당사자다. 현실을 인정하고 북한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쌀과 비료를 보낼 때 숨어서 핵무기를 만든 것이 확실해졌는데 북한을 계속 선의를 가진 대화상대로 여길 수 있는 것인가. 북한의 핵 포기는 정부가 달성해야 할 목표다. 먼저 핵 보유 여부에 대해 북한이 우리에게 직접 밝히라고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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