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획폭로 의혹 증폭]20만달러說 '제3의 입' 있나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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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에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20만달러 수수 의혹’을 제보해 폭로토록 한 김현섭(金賢燮)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이 그 정보를 입수한 경위와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이 지난해 4월 설 의원에게 ‘20만달러 수수 의혹’의 정보 소스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은 28일 본사 기자에게 “그런 제보를 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본보 29일자 A1·5면)한 뒤 김 전 비서관이 ‘다른 곳’에서 정보를 입수해 자신을 대리소스로 만들려 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부시장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설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내용들은 ‘다른 루트’를 통해 이미 청와대측에 제공된 정보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청와대측이 ‘20만달러 수수설’을 굳이 김 전 부시장의 입을 빌려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려 했던 것은 입수된 정보가 국가정보원의 도청자료나 그 밖의 사정기관을 통해 입수한 미확인 ‘첩보’ 수준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20만달러 수수 자체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며 “단지 최규선(崔圭善)씨와 관련 인물의 통화를 도청하거나 정보수집을 통해 비슷한 설(說)을 입수한 상태에서 이 전 총재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급히 폭로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여권이 이 전 총재의 호화빌라 논란을 이슈화해 ‘재미’를 보았음에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 비리가 본격화됨에 따라 ‘긴급 대책’이 필요하던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여권이 최씨에게 증언을 설득하다 실패한 뒤 김 전 비서관이 김 전 부시장을 접촉한 것으로 안다. 실제 설 의원의 폭로회견 이후 김 전 비서관은 김 전 부시장에게 최씨와 가까운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해 최씨의 친척을 소개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이 ‘20만달러 수수설’의 사건화를 위해 증언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이 점에 주목해 ‘청와대의 정치공작 기획’ 배후를 규명하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밀어붙인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29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설 의원의 발언으로 청와대가 대선을 겨냥해 야당후보 죽이기 정치공작을 했음이 드러났다”며 “새 정권의 정통성에 관한 문제로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철저히 배후를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전 비서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좀 억울하더라도 재임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반박할 상황이 아니다. 이미 검찰에 다 진술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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