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경제운용 방향]규제 풀어 경기 살리기

  •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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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인 ‘새 정부 경제운용방향’이 27일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운용방향은 최근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내외적 경제상황을 감안해 우선 경제를 살려놓고 꾸준히 ‘개혁’을 해나가겠다는 ‘선(先) 경기회복, 지속적 개혁추진’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개혁과제’에는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에서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공약에 포함된 노무현 후보의 공약이 대부분 실천과제로 확정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구체적인 추진과정에서 야당 및 재계와 적지 않은 갈등도 예상된다.

▽우선은 경기부터 살리겠다〓현 정부 경제팀의 초미의 과제가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꽁꽁 얼어붙은 경기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별 이견이 없다. 외국투자기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대책을 앞세웠다.

특히 수도권 토지규제를 다소 풀고 환경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등 기업 규제완화를 통한 간접방식의 경기진작책을 택했다.

이라크전쟁이나 북한 핵 문제 등 대외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리인하, 통화팽창, 적자재정 등 직접적인 부양책을 섣불리 썼다가는 부동산 가격급등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병원(朴炳元)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번 경기활성화 방안은 기업관련 규제를 풀어줘 잠재적인 경쟁력을 키우면서 경기도 살려보자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금융·공공·노사부문 등 이른바 4대 경제개혁과 관련해 구체적 과제와 추진 일정을 내놓은 것도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없애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시된 일정에서 ‘5월 중 태스크포스(전략팀) 구성’ ‘올해 안 개편 검토’ ‘상반기 중 입법 추진’ 등 모호한 표현이 많아 기업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요 개혁과제들은 지속 추진〓새 정부가 내세운 경제관련 개혁과제는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개 부문이다.

이 가운데 새 정부는 출자총액제한, 상호출자, 채무보증금지 등 대기업집단 관련 규제는 현행 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지주(持株)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손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관계부처 재계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동 전략팀을 올 5월 청와대 안에 만들어 대기업들의 반발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논란이 많았던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도 ‘외국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추진과제에 포함됐다.

금융부문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상당한 개혁이 이뤄져 주요 과제는 별로 없는 편이다. 증권거래소 코스닥시장 선물(先物)시장 등 3개 시장을 통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현재의 3개 시장을 자회사 체제로 운영한다는 내용과 우체국 금융을 중장기적으로 개편하겠다는 부분이 새로 나온 대목이다.

이 밖에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명시하지 않았다.

▽재계 반응은 엇갈려〓주요 대기업과 경제단체는 이날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이들은 이날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의 자료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가 하면 입수된 자료를 토대로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종익 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당초 타협할 수 없는 정책과제로 내놓았던 것들을 지금은 검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의 하나로 내놓는 등 현실감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제개혁 방침에서 ‘시장친화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지만 실제 구체적 방안은 ‘규제와 방지 일색’인 것 같다”며 “은행 민영화를 조속히 실행하겠다면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겠다고 한다면 은행들을 모두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주요 구조개혁 추진과제 및 일정

<기업부문>
분야주요 내용추진 일정
대기업 집단 규제-출자총액제한·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규제의 틀은 현행대로 유지
-대기업 집단 시책의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
5월중 전략팀(태스크포스)구성
기업결합 신고·심사 개선-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모색올해 안 공정거래법 개정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현행 대주주 등에 대한 규제수단의 적정성과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 도입 여부를 검토4월중 전략팀 구성구체적 방안 마련
도산3법 통합-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등 도산3법을 조기 통합올해 안에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조기입법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도입-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증권분야 집단소송법안의 입법화를 추진4월 임시국회입법 추진
기업회계제도개선-회계제도 개혁방안을 확정 시행상반기중 관련법률개정안국회제출

<금융부문>
분야주요 내용추진 일정
금융법체계를 기능별로 개편-금융법체계를 설립·금융거래·금융감독·퇴출 등 기능별 체계로 개편2003∼2004년중 개편방안 검토2005∼2006년중 법령 정비
거래소·코스닥·선물시장 운영체제 개편-3개 시장을 통할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현재의 3개 시장은 자회사로 편입2006년까지 완료
우체국 금융의 개편-우체국금융을 포함한 우정사업 전체의 발전방안 마련금년중 방안 마련
금융기관 민영화 -조흥은행은 매각절차를 조기에 마무리
-우리금융은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추진
투신사 등 구조조정 현안 처리-현대투신은 미국 프루덴셜사와의 매각 협상을 계속 추진
-한투·대투의 경우 MOU에 따라 양사의 경영추이를 보아가며 국내외 매각 등 근본적인 정상화 방안 마련

<노동부문>
분야주요 내용추진 일정
주5일 근무제 도입-법정근로시간 단축, 휴가제도 개선 등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4월 임시국회입법 추진
고용허가제 도입-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방안의 법제화 추진상반기 중 입법 추진
비정규직 보호 강화-노사정위 논의를 토대로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입법을 단계적으로 추진상반기 중 입법안마련
노사관계 관련법·제도의정비-노사관계 선진화기획단 구성
-노사정위원회 운영시스템 개선
3월 중 구성4월 중 개편안 마련

<공공부문>
분야주요 내용추진 일정
국가계약제도의 개선-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에 대한 저가심의제를 시행
-최저가 낙찰제 단계적 확대
상반기중 국가계약법시행령 개정, 하반기 시행
철도·에너지 부문 구조조정 추진-상반기중 철도산업구조개혁관련 법률안 입법, 철도시설공단과 철도운영주체를 조속히 설립
-올해 안에 남동발전 민영화를 추진, 배전 및 판매 분할은 내부사업단 체제로 개편하여 사전준비 후 추진
-가스 도입·도매부문의 분할방식을 결정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증여세 과세표준 산정 등 과세요건을 법률에 규정하고 비과세 대상은 합리적으로 조정올해 안 법률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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