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영수회담 성과 거두려면

  • 입력 2003년 3월 12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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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후 첫 여야(與野) 영수회담은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고 해도 서로가 할 말을 다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과거의 영수회담이 합의사항들을 내놓고도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여야가 등을 돌렸던 데 비하면 ‘합의없는 토론형식’이 오히려 상생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갖게 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제를 받아들일 의사를 밝힌 것은 민의를 수용한 결정이라고 본다. 다만 미리 수사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생각이다. 대북 비밀송금 의혹의 핵심은 누가 어떻게 얼마를 조성해서 어떤 방식으로 북한측 누구에게 전달했는가와 무슨 명분으로 주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금조성 부분은 철저히 밝히되 송금 이후 부분은 남북관계를 고려해 제외하자는 것이나 그럴 경우 ‘반쪽 특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특검은 수사대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북한측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자금을 누가 받아 어디에 썼는지까지 밝혀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혹의 실체를 가능한 한 규명하기 위해서는 송금 부분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수사에서 밝혀진 내용을 어느 선까지 공개하느냐는 특검수사 이후 여야가 정치력으로 조정하면 된다. 국익에 현저한 해(害)가 될 사항이라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개를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여야는 오늘 만남에서 그런 전제를 토대로 협의해 특검제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

제2의 경제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계속 특검제 논란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은 보다 중요한 민생을 외면하는 것이다. 어제의 영수회담이 유익한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 민의에 따라 생산적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자세로 협의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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