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비밀송금]'박지원 책임론' 어떻게…

  • 입력 2003년 3월 11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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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10일 대북 비밀송금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 책임론을 거론한 것을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속내가 묘하게 엇갈리고 잇다.

양당 모두 ‘박 전 실장이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한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피해 박 전 실장만 책임지게 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박 전 실장만 책임지고 정작 특검 분위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며 정치적 이해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 신주류측의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DJ 퇴임 이후 박 전 실장이 더욱 DJ 곁에 있으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신주류측의 한 초선의원도 “박 전 실장은 자신을 위해서도 DJ에게 더욱 밀착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타깃이 겹쳐있는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법적으로 ‘다치지 않고’ 박 전 실장만 책임지도록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동교동계도 마찬가지.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박 전 실장 등만 책임지고 김 전 대통령이 ‘안전’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겉으로는 “사실 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인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박지원 책임론’이 자칫 특검 정국의 ‘물타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최병렬(崔秉烈) 의원이 “박 전 실장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로 이것만으로도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책임 추궁을 거론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북뒷거래 진상조사특위 이해구(李海龜) 위원장도 “유인태 수석이 박 전 실장을 거명했지만 실제로 박 전 실장이 대북 비밀송금을 주도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누가 주도했고 배달사고는 없었는지에 대한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특검제는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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