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교육부총리 “교육정보시스템 유보”→“발언 취소”

  • 입력 2003년 3월 9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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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윤덕홍(尹德弘·사진) 교육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설익은 대입제도 변경 의사를 내놓고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미 시행에 들어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가 취소하는 등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부총리는 8일 오전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전교조 등이 반대하는 NEIS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문제가 많아 반대 의견도 듣고 문제점을 보완할 때까지 유보하겠다”며 “일부 시행에 들어간 곳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자료의 97%가 NEIS로 이관된 상태에서 1일부터 이미 시행된 제도를 유보한다는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황한 교육부 실무자들이 직접 경위를 확인한 결과 윤 부총리는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기 위해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방송국에서 휴대전화로 연락이 와 인터뷰를 했는데 다음날 생방송처럼 나갔다”며 “교직단체의 의견을 들어보고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다시 정리해 달라”며 한발 물러섰다.

서울 S고 교장은 “전교조가 반대한다고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고치느냐”며 “교육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직원들은 “업무보고도 받지 않고 NEIS 유보를 즉흥적으로 발표해 황당했다”며 “다음엔 어떤 말을 할지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부총리는 임명이 발표된 6일 저녁 기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수능 비중을 줄이고 학생부 비중을 늘려 과외를 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7일 취임 뒤 기자회견에서도 “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학생부 성적으로 전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일선 학부모들로부터 “또 대입제도가 바뀌는 것이냐”는 문의가 잇따랐다.

교육부 실무자들은 “그런다고 과외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라며 “경험이 없어서겠지만 취임사에서 ‘뺑뺑이’ ‘바지저고리’ 등의 용어를 듣고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부총리가 ‘교사 다면평가제’ ‘수능 자격고사화’ ‘서울대 법인화’ 등 초기부터 민감한 사안을 불쑥불쑥 꺼내 걱정스럽다”며 “다시 이해찬 장관 세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육부 내에서는 “과거 교수출신 장관들이 설익은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새 부총리는 최소한 6개월 동안 일하지 말고 업무를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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