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노벨평화상 工作說 일파만파…前국정원 직원 "로비" 주장

  • 입력 2003년 2월 3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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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체류중인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인 김기삼씨가 인터넷에 올린 ‘DJ 노벨상 수상 공작’ 주장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씨가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필자임을 밝힌데다 김씨가 거론한 노벨상 수상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안 자체가 민감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접 들었고 믿을 만한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김씨가 지목한 관련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펄쩍 뛰었다.

노벨상 수상 프로젝트의 ‘숨은 주역’으로 지목된 청와대 김모 실장은 3일 “노벨상을 받기 위해 돈 주고 정상회담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너무 황당한 얘기라서 일일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국정원을 떠나) 그를 못본 지 벌써 몇 년이 됐다”며 “(그런 정보를) 파악할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의 무책임한 발언은 부도덕한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김씨와 김 실장은 99년 2월부터 5월까지 국정원 대외협력보좌관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당시 국정원에서 근무했던 한 현직 대사는 “김씨가 나를 실무총책이라고 지목했는데 나도 모르는 일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김씨는 소설가인 모양”이라고 했고, 김씨가 지목한 또 다른 국정원 출신 대사도 “그런 일에 전혀 관여한 일이 없다”며 “김씨가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왜 이제 와서 비겁하게 얘기하나”라고 흥분했다.

노벨상과 관련된 나라에 근무했던 한 전직 대사는 “노벨상은 100여년의 전통과 권위를 갖고 있다. 정부가 (수상 로비를) 한다고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12월 대선기간 중 김씨와 접촉한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는 “김씨가 처음엔 사람을 통해 자료를 보내왔고 그 뒤에 본인이 직접 찾아와 만난 적이 있다”며 “제시된 자료에 대한 사실 확인이 어려워 ‘구체적인 팩트(fact·사실)를 만들어 오라’고 되돌려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은 노벨상 수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국정원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대북 자금 지원 등 로비 활동을 했다고 한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김씨는 국정원 재직 때부터 성격이 매우 불안정해 단기간 재직 중 근무 부서를 수시로 옮겨다니는 등 정보업무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해외정보 분야 업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가 지난해 대선기간 중 국정원측으로부터 폭로를 하지 말라는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국정원측은 “김씨를 만나거나 회유할 필요조차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독립신문 등 인터넷 게시판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목적으로 국정원을 동원해 해외공작을 진행했으며 김정일(金正日)에게 2조원에 달하는 뇌물을 제공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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