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對국민 연설문中 특정부분 안읽고 건너뛰어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8시 47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노무현 정부는 급격한 개혁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세간의 일부 우려를 줄이기 위해 ‘안정적이고 겸손한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20일 오전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 미리 배포한 ‘대국민 연설문’을 낭독하던 중 “정치 행정 경제 언론 법조 등 사회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고, 차기 정부의 시대적 소명이다”는 부분을 읽지 않고 건너뛰었다.

이에 대해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당선자가 회견장으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연설문을 처음 검토했는데 스스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현장에선 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읽지 않고 건너뛴 부분은 사실상 그의 공약이나 유세, 인터뷰 등에서 늘 강조해온 대목이다. 그는 이미 민주당의 개혁을 공언했고, 행정분야에 대해서는 책임총리제의 도입과 ‘정부조직진단위원회’(가칭)를 통한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정부조직의 개편, 지방분권을 공약해 놓고 있다. 그는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언론도 개혁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왔다.

노 당선자는 또 연설문 중 “사상 최초로 국민통합과 정치혁명을 주창한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문장도 읽지 않았다. 그는 19일 밤 당선 소감을 밝힐 때도 비서진이 만든 “정치혁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사전 메모를 무시하고, “저를 반대하신 분들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대통령으로서, 심부름꾼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대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당선자가 후보 시절에는 현장 감정을 실을 수 있는 ‘즉흥 연설’을 즐겨 했으나 앞으로는 원고를 읽는 ‘낭독형 연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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