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일 오전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 미리 배포한 ‘대국민 연설문’을 낭독하던 중 “정치 행정 경제 언론 법조 등 사회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고, 차기 정부의 시대적 소명이다”는 부분을 읽지 않고 건너뛰었다.
이에 대해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당선자가 회견장으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연설문을 처음 검토했는데 스스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현장에선 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읽지 않고 건너뛴 부분은 사실상 그의 공약이나 유세, 인터뷰 등에서 늘 강조해온 대목이다. 그는 이미 민주당의 개혁을 공언했고, 행정분야에 대해서는 책임총리제의 도입과 ‘정부조직진단위원회’(가칭)를 통한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정부조직의 개편, 지방분권을 공약해 놓고 있다. 그는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언론도 개혁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왔다.
노 당선자는 또 연설문 중 “사상 최초로 국민통합과 정치혁명을 주창한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문장도 읽지 않았다. 그는 19일 밤 당선 소감을 밝힐 때도 비서진이 만든 “정치혁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사전 메모를 무시하고, “저를 반대하신 분들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대통령으로서, 심부름꾼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대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당선자가 후보 시절에는 현장 감정을 실을 수 있는 ‘즉흥 연설’을 즐겨 했으나 앞으로는 원고를 읽는 ‘낭독형 연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