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간 피를 말리던 박빙의 승부가 갈린 시점은 오후 8시39분경. 개표 시작 1시간30여분이 지나면서부터였다.
초반 이 후보의 우세 지역인 경북, 부산 지역의 개표가 먼저 진행되면서 이 후보가 한때 3% 이상의 차로 앞서 나갔지만 1시간여 후 노 후보의 우세지역인 서울, 호남 지역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표차는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2∼3%대의 차이를 보이던 두 후보간의 격차는 오후 8시33분 경 노 후보의 대 추격전이 벌어지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0.7%, 0.6%, 0.5%…0.2%.
분, 초 단위로 급속도로 줄어든 표차는 34.1%가 개표된 오후 8시39분경 드디어 첫 번째 타이스코어를 이룬 뒤 10여분간 분 단위로 1위와 2위가 반복되는 시소게임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전국의 거리와 가정에서 개표전을 지켜보던 두 후보 지지자들의 함성과 탄식도 선두가 바뀔 때마다 교차됐다.
900여만표가 개표된 시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서너번씩 선두 탈환을 반복하던 두 후보의 표차는 오후 8시53분 불과 1000여표 안팎. 전국적으로 40%가 개표된 시점에도 두 후보간의 격차는 0.1%에 불과했다.
그러나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던 대선 레이스는 오후 8시54분경 노 후보가 불과 0.1%차로 앞서나가면서 안개 속을 벗어났다.
노 후보는 개표 40.1% 이후부터 1만표 단위로 계속 격차를 넓혀 나갔으며 9만여표까지 벌어진 오후 9시20분경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