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문제 장기화 조짐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9시 14분


이라크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핵 공세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상황이 ‘낮은 수준에서 계속 지연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과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간접적인 공방 이상의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직접적인 충돌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93, 94년 핵위기 때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93년 3월12일)한 뒤 1년8개월 만에 북-미간 제네바합의 체결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많다.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이 과연 핵시설 재가동을 위해 봉인(封印)과 감시카메라를 철거할지 여부다. 북한은 IAEA가 철거하지 않을 경우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IAEA는 전문가회담 개최를 역제의하는 등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행동보다는 문서를 통한 간접적인 공방만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IAEA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할 경우 핵확산금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규정하고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다는 입장이다. IAEA 헌장(12조C항)에 따르면 NPT 가입국이 안전조치협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IAEA 사무총장이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가 제재여부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며, 유엔 안보리 및 총회와 모든 IAEA 가입국에 보고키로 돼 있다. 북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면 북한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고 만다.

북한이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는 대신 IAEA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극단적인 대결구도를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이 문제의 확대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부시 대통령이 13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로스카보스 한미일 3국 정상회담(10월26일), 대북성명(11월16일) 등을 통해 잇따라 밝힌 불침공 의사를 말 그대로 ‘믿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의 불침공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악수(惡手)를 둔다면 미국은 곧바로 강제적이고 비타협적인 대북 제재조치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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