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反美기류' 해법 본격조율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9시 07분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10일 방한을 계기로 반미(反美) 기류 확산을 진정시키기 위한 한미 당국간의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10일 방한한 아미티지 부장관은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이준(李俊) 국방,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과 연쇄접촉을 갖고 미국 정부의 사과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선 방향에 대한 미국측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SOFA 개정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개정 부분의 90% 이상은 SOFA 운영 개선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군 범죄에 대한 초동수사에서의 미비점 등은 SOFA 운영을 개선하는 선에서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아미티지 부장관이 들고 온 ‘가이드라인’이 SOFA 개정 및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를 주장해온 우리 시민단체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지만 다른 방안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시민단체의 요구와 가장 괴리감을 보이는 부분은 미군의 공무 중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관할권을 우리가 갖는 문제. 이 문제는 SOFA를 개정하지 않으면 건드릴 수 없는 문제이지만, 미국측이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해외에 군대를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개정’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협의를 통해) 될 수 있는 것과 될 수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며 “우선 될 수 있는 것부터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11일 이태식(李泰植) 외교부 차관보와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 에번스 리비어 주한 미국공사와 찰스 캠벨 주한 미8군사령관이 참석하는 외교안보 당국간 ‘2+2 고위급 협의’를 통해 SOFA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에 좀더 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그러들지 않는 국내의 반미 기류는 미국측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아 문제는 점차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 목적은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 문제에 대한 우방국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 국내 여론이 반미감정과 SOFA에만 집중되면 한국이 ‘이라크 공조’에 소극적인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일본은 이미 이지스함을 인도양에 파견키로 결정해 놓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가 우방국으로서 우리측에 바라는 협조요청과 시민단체들이 미국측에 요구하는 SOFA 개정 및 부시 대통령의 직접사과 문제가 복잡하게 뒤엉킬 경우 반미 기류 해법찾기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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