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는 국민여론" 盧후보 회견 '육성기록'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7시 12분


<노무현 후보 단독회견> 장소:여의도당사 8층 후보 접견실.

노 후보의 인터뷰는 오전 10시40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노 후보가 방송 정강정책 설명 녹화 때문에 43분이나 늦는 바람에 오전 11시 23분에야 시작됐다.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미안해서 어쩌나. 후원회(정오 시작 예정)는 안 가도 되는 것 아닌가.(이낙연 대변인 '아고, 아고, 그건 안 됩니다') 옛날에 히틀러는 네 시간씩 기다리게 했다는데…(웃음)"

이낙연 대변인이 노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합의 직후 얼싸안은 대형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을 찍은 기자가 동아일보 박경모 차장입니다"라고 하자, 노 후보는 "고맙습니다. 결실이 잘 돼야 저 사진이 값이 나갈건데…"라고 말했다.

-후보단일화가 되긴 되나.

"잘 될 것으로 본다."

-몇 %나 될 것으로 보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진 합의이다. 이것은 100% 신뢰하는 것이 상식이다."

-후보 단일화의 데드라인은.

"등록(27일) 전까지 우린 약속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또 다른 국면이죠."

-선관위 유권해석은 TV토론 한 차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정에 대한 의견은. 한 차례의 TV토론으로 충분한 검증이 가능하다고 보나.

"부족하지요. 부족하고, 그 다음에 그 동안에 선관위에서 여러 가지 제한을 둔 것에 대해 저는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 안 한다. 국민들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민들은 모든 걸 알고 싶어한다. 모든 것을 알려줘야 한다."

-단일화 합의된 후 기대치가 높았는데, 진통 국면으로 가면서 '역시'하는 생각을 하는 국민들도 있다. 그런 난조에 빠진 가장 큰 이유를 뭘로 보는가.

"그건 내가 말 하기가 참 난감하다. 나도 할 말은 있지만, 그러나 서로 말을 아끼고, 합의를 살려나가도록 노력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말하기 어렵다는 것은 정몽준 후보측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이해해도 되나.

"글쎄요. 그렇게 하면 말을 다 하는 게 되죠. 어떻든 그 문제는 말을 아끼고 싶다."

-정 후보측에서 협상 내용을 문제삼는데, 실제로 합의내용 중 통합21측이 불만스러워할 만한 내용이 있는 건가.

"그런데 사람들은 사물을, 아무리 객관적인 사람도, 아무리 냉정한 사람도 조금 자기 중심으로 사물을 보게 돼 있다. 자기 생각이나 자기 이해 중심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 당사자인 내가 공정하다 불공정하다 얘기 못한다. 그러나 합의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합의이기 때문에, 쌍방이 모두 합의한 것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단일화 이뤄지기 전까지 정 후보의 성장배경 정책 등 때문에 합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그야말로 반대해왔는데, 그러나 지금은 진 사람은 선대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두 분이 합쳐야 하는 이유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민의 여론이다. 한번 특수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나온 여론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두 사람이 후보를 단일화해서 이회창 후보를 이기라는 요구가 많다. 그런 요구가 많다.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회창 후보를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그걸 설명할까, 항상 말하는 것 있지 않은가. 남북관계는 한국의 운명 미래가 달려 있고, 작금의 여러 상황은 바로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냉전적 사고, 대결적 자세는 이 모두를 망칠 것이다. 이것은 모든 정책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무거운 것이다. 그 분이 나라다운 나라 말씀하시는 데, 나는 병역문제라든지, 세풍문제라든지, 안풍이라든지, 또는 기양건설의 비자금 의혹이라든지, 이런 의혹을 받는 지도자의 나라는 나라 다운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분열주의, 소위 동서 지역감정을 계속 부추기고 다니는 분열주의적 정치행위는 그 사회를 파괴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비유한다. 정책은 좋은 제품이다. 좋은 제품 만들기 위해선 공장 설비부터 먼저 합리적으로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된다. 설비가 잘못돼 있으면 그 설비는 바로 잡아야 한다, 공장 설비가 정상적이어야 제품이 나올 수 있다. 고급품을 만들 것인지, 실용품을 만들 것인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국민은 공장설비 고쳐라, 즉 정치개혁 하라는 것이다. 낡은 정치의 틀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하라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소위 3김 정치라는 낡은 정치에 갇혀 있다. 부정부패에 대해선 그 자신이 의혹을 받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국민적 요구는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 합의문에 선대위원장 맡기로 했는데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다."

-만약에 정 후보로 단일화되면, 어떻게 승복할 것인가. 만약에 당 내부에서 불복하자는 의견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어떤 정책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정치인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나는 신뢰를 지킬 것이다."

-단일화 뒷거래 의혹이 있다. 노 후보가 집권하면 정 후보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뒷거래 의혹 없다. 일체 없다. 그 날 만남의 상황, 주변을 둘러싼 수백명의 기자가 뒷거래 있었다면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다. 나는 대한민국 기자가 그렇게 무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여론 주도하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어떤 주장이라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은 묵살해줘야 한다. 아무 신빙성, 근거 없는 것을 주장으로 다뤄나가면 우리 사회가 의혹의 혼란 속에 빠져 정말 대혼선에 빠진다. 우리 언론이 그런 문제는 키워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집권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있나.

"지금 현재는 없다. 새로운 상황이 벌어질 때 어떻게 될지에 대해선 누구도 말 못하지만, 지금은 그런 계획 없다."

-평소 여론조사를 신뢰하는 편인가.

"그렇다. 예를 들면 큰 사건 이후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조사는 믿지 않고, 표본 채택이 공정하지 못한 경우도 믿지 않지만, 정직하게 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은 신뢰를 갖고 있다."

-동아일보 정치부에 걸려 오는 전화 중 '여론조사로 어떻게 후보단일화를 하느냐.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론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8월부터, 아니 7월부터 국민 경선에 의한 후보단일화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고, 오래 기다렸다. 지금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을 거칠 것을 전제로 해서 부득이 차선(여론조사)을 선택했다. 나는 이것이 국민적 의사 결정의 보편적 방법으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부득이한 선택이다."

-'국민 경선 통해 국민의 지지 받은 대통령후보가 자신을 뽑아준 그들에게 일정한 양해도 없이, 그것도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는 것을 묵과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는 그 주장의 무게를 인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가 경선과정에서도 밝혔듯이,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모르고 잘못 선택했거나 새로운 상황 발생이나 과오로 상황이 현저하게 바뀌었다면 고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상황이 현저히 바뀌었다는 것인데, 무엇이 바뀌었나.

"나는 경선 당시에 경쟁력을 끝까지 검증 받겠다고 약속했다. 그 다음에 (웃으며) 하여튼 국민 여론이 그렇게 나오네요."

-노사모에 대한 선관위의 폐쇄 명령에 대한 견해은.

"우린 형식 논리 때문에 참 큰 일이다. 부정선거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선거는 공정해야 하지만, 국민들의 자유는 어디로 가는 건가. 노사모는 만들 때부터 내 지시로 만들지 않고, 지금도 내 지시로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고마워할 뿐이다. 국민의 자유는 어디로 가나. 유사단체는 후보와 정당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편법적으로 운영하는 단체를 말한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유로 하는 것을 금지해 버리면, 국민의 자유를 너무 침해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노 후보는 법적으로 제3자란 말인데, 그럼 선관위 결정을 수용한다는 것이냐.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자유를…. 나도 제3자이지만 제3자의 판단으로 볼 때 부당하다."

-평소 기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아들이 올해 대기업에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입사 전에 가졌던 기업관과 그 이후가 바뀌었는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보는 눈에 차이점 있는지.

"기업은 기업 가계 정부,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말하자면, 소비자 정부와 함께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한 축을 이루는 핵심적 제도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일터이지 않나. 정부가 중요한 만큼, 개인의 가정이 중요한 만큼 기업도 중요하다. 이렇게 강하게 표현해야 될 만큼, 내 기업관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가 있어서, 이렇게 강하게 표현했다.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해야할 일은 중소기업이 해야 한다. 대기업에 아무 반감 없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 경영의 비합리성, 또는 지배구조의 독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조가 잘못돼 있고, 그런 선단식 경영이고, 불합리한 경영, 부당 내부거래가 나오고, 불투명성이 나오고 하다보니, 과잉투자 유도해서 환란, 경제 위기를 불러 온 것 아니냐. 병을 고치자고 주장하고 있지, 기업을 죽이자고 얘기한 적 없다. 병을 고쳐야 기업이 잘 산다고 생각한다."

-노 후보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노 후보에 대해선 참신하고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그러나 왠지 불안하고 과격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김광일 변호사까지도 '저 사람은 전형적인 가치 체계나 인성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혼자에게 일을 맡기면 불안했다'고 했다. 본인에게 그런 점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건 내가 물어야 한다. 노무현 어디가 불안하냐고. 오히려 내가 불안하다는 사람에게 노무현 어디가 불안하냐고 내가 오히려 묻고 싶다. 내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윤리, 건전한 도덕적 문화를 파괴한 일이 있나. 내가 우리 사회의 조직이나 시스템을 파괴한 적이 있나. 내가 자고 나면 딴 소리 하고, 정치 보따리 싸들고 왔다 갔다 해서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불신 받은 일을 한 적이 있나. 단지 내가 주장하는 것 중 몇 가지가 거북스런 사람들이 (날 보고) 과격하다고 하는거지. 실제로 내가 뭐가 과격한가. 87년 6월 항쟁 때 길거리에서 뛰었다. 그 독재시절에 길거리에 뛰는 것이 과격한가. 나는 총 든 일도 없고, 화염병을 든 일도 없고, 돌을 든 일도 없다. 나는 오로지 플래카드를 들고 뛰었다. 내가 대우조선에 갔을 때는 모두가 검찰의 부검을 신뢰하지 못해서 나보고 부검에 입회해달라고 해서 갔을 뿐이다. 노동자의 몇 가지 질문에 조언을 해줬을 뿐이다. 그 다음에 현대중공업에도 갔다. 그 당시 노조위원장을 여관에 데려다 놓고, 위원장이 회사 시키는 대로 성명서 내고, 노동자들은 배신한 지도자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누가 정당하냐. 나는 당신들의 단결권이 정당하다. 대중 집회의 표현이란 익살도 있고, 과장도 있다. 그렇게 몰아붙이는 게 아니다. 그 시기 기득권에 저항했다고 해서 그렇게 몰아붙이는 것 아니다. 내가 명패 한 번 던졌다. 그 이후는 안 던졌지 않느냐. 노무현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든 사람이 참 알기 쉽다."

-최근 농민대회에서 계란 맞은 심정은.

"계란, 현장 안 나가면 안 맞죠. 나는 맞더라도 현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술 먹은 사람이 격앙돼 있다, 농민 아닌 사람이 더 많이 나와서 통제 잘 안 된다'는 얘기 들었지만, 농민을 위로도 하고 공약도 하려고 갔다. 지도자 되려는 사람은 그런 현장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돌을 던진 사람은 농민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계란 맞으면 일이 잘 풀린다.(웃음) 지난번에 대우자동차 가서 계란 맞았는데 그 후 대우자동차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보고, 내가 또 계란 맞아서 일이 잘 풀린다면 어디 가서도 계란 맞겠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은.

"FTA는 해야 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농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데, 그에 대해 국가적 대책은 먼저 수립돼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이다. 책임 있는 국가이다. 그러나 안하고 있지 않느냐. 피해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상대를 고를 때도 상대가 엄청난 농업 국가인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엄청난 농업 강국을 선택해 놓고 그에 따른 피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FTA만 통과시키겠다는 것 아니냐. 내 주장은 FTA 발효 전에 지금이라도 개방과 자유화를 할 때는 그 조약, 협정을 발효시키기 전에 국내 피해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확실한 대책을 세우도록 그것을 제도화해야 한다. 분명히 제도화해야 한다."

-농가 부채 탕감 요구에 대한 입장은.

"탕감은 안 된다. 지금처럼 이자만 낮추는 방법으론 문제 해결 안된다. 여러 조사를 거쳐 농민에게도 워크아웃제 같은 갱생 제도를 세워나가야 한다. 1년마다 만기가 돌아와 항상 연체에 걸리고, 연체에 걸린 사람에겐 이자 경감이나 연장 같은 혜택이 안 돌아간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회사 정리 절차, 회사 갱생 계획 세우듯이 농민들이 상환 계획 세우도록 하고, 안 되는 사람은 파산 처리하고, 되는 사람은 상환 기간 연장, 분할 상환 등등 워크아웃 계획을 세워서 농민들이 갱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도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가.

"까다로운 얘기는 하지 말자. 우리 언론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권력을 갖고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권하면 명계남씨나 문성근씨를 공직에 등용할 생각이 있나.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 분들이 그런 뜻을 비친 일도 없었다."

-후보단일화가 돼서 집권하게 되면 정몽준 후보나 김민석 전 의원에게 합당한 자리를 줄 생각이 있나.

"우리가 합의한 것은 선거공조 수준이다. 그 이후 이상의 문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노 후보의 정치적 행로를 보면 낙선했을 때 더 빛이 난 적이 많았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낙선하면 그 이후에 어떤 것을 할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낙선 후에도 생존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대통령후보로 다시 도전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정치는 계속할 생각이다. 내 목표는 정치개혁이고 그 핵심은 정당개혁이다.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정당의 체질은 현저하게 바뀔 것이다. 정당개혁이 정치개혁의 핵심이기 때문에 정치는 계속할 생각이다."

-노 후보가 집권한다면 기득권층, 메인스트림의 도움 없이는 정국 운영이 어려울텐데, 어떻게 도움을 받을 것인지 복안이 있나.

"도움을 받겠다. 정당한 도움을 받겠다. 시장이란 것이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더 큰 보상이 있다는 것은 당연히 전제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공정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페어플레이 하자, 페어하게 경쟁하자는 것이다. 과거에 하던 적당한 편법이나 특혜는 포기하라는 것이다. 페어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페어하게 해서 협력할 것은 하겠다."

-한때 거세었던 노풍(盧風)이 꺾인 게 YS를 찾아가 엎드린 게 여러 사람에게 구태로 비쳐진 측면이 있다. 지금도 YS를 만난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후회하는가.

"내가 찾아갔던 뜻과 국민에게 전달된 내용은 서로 많이 달랐다."

-노 후보는 평소 메이저 3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해왔는데, 대안언론인 인터넷 신문으로부터는 노골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인터넷 신문이 언론기관이 아닌 통신기관으로 돼있는데, 집권할 경우 인터넷 신문도 정식 언론기관으로 육성할 의향이 있는가.

"인터넷을 많이 보는데, 나를 지지하는 것은 대체로 의견인 것 같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근거없는 사실로 나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왜곡해서 (나를 지원)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인터넷의 지원을 받는게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인터넷매체가 언론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성 풍조가 위험할 정도로 문란해졌다는 얘기가 있다. 논란이 있는 간통죄가 죄로서 성립한다고 보는지, 간통죄 폐지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간통죄에 대해서는 실제로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거나 실상을 잘 파악해보면 우리 사회에 불합리한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오래 굳어져 있는 인식, 특히 가정을 존중하고 지키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간통죄가 보호수단으로 인식돼있는 것 같다. 그런 인식을 거역해서 법을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간통죄가 가정과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인데, 여성의 권익이 신장되면서 오히려 남자들의 족쇄가 돼서 이혼을 하면서 돈을 부당하게 빼앗기는 역차별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어떤 부당성이 있느냐 하면, 경제적 약자는 절대로 용납받지 못하지만 경제적 강자는 경제적 토대 때문에 처벌을 요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보복적 감정이 강한 사람이 악착스럽게 뒷조사를 하고, 오히려 더 책임이 있는 사람이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고 파고드는 일종의 게임처럼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정의 자유를 그렇게 격하시켜서야 되겠느냐, 힘이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쫓아낼 때 상대의 약점 잡아 궁지에 몰아넣는 수단으로 격하돼서 되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게 아니고, 그 폐지에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폐지해야 할만큼은 아니다."

-시쳇말로 노 후보는 '집권야당' 후보인데, 도청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는가.

"탐지기를 갖고 조사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발견해본 일은 없다. 통화에 대한 도청은 신경쓰지 않고 있다. 많은 얘기가 있음에도 권력의 도청은 권력이 공직사회에 막강한 통제력을 갖고 있을 때에 가능한 것이다. 권력의 손발이 되는 권력기관에 대한 막강한 통제가 가능할 때 불법한 도청이 가능하다. 그만한 통제력이 없을 때에 불법도청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생각하고 통화하고 있다."

-다른 후보의 장점은 뭐라고 보는가.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것이지, 억지로 장점 짜내고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존중하고 내가 아무리 비판하고 비난해도 그 분이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으로서 존중하겠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 장점을 억지로 짜내서 말해놓고 나중에는 불복하고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선거에서 지면 승자로서 깨끗하게 존중하겠다. 야당도 국정의 동반자이니까 합리적이고 근거있는 사실만 갖고, 설사 나에게 유리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에게 손해있는 일은 하지 않겠다. 근거없는 의혹을 부풀려서 자기도 감당할 수 없는 끊임없는 요구를 한다든지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

-지갑에 용돈은 얼마나 갖고 다니는가. 신용카드는 몇 개나 사용하는가.

"신용카드를 두 개씩 갖고 다녔다. 하나는 누가 감시하지 않더라도 공적인 업무로 쓰고 공적 지출로 처리하고, 아이들과 외식하고 옷 사고 쇼핑할 때에는 내 개인카드를 썼다. 돈은 10만원짜리 수표 10장쯤하고 따로 100만원짜리 1장을 두 번 접어서 수첩 지갑 한쪽 귀퉁이에 꽂아서 갖고 다녔다. 그러나 요즘은 공(公)도 없고 사(私)도 없고, 전 인생이 뒤범벅이 돼서, 밥먹는 것도 공이고, 옷 사는 것도 공이고, 사생활이 없어져 버렸다. 사적으로 쓰던 카드를 하나 들고 다니는데 안 써본지 오래됐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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