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수로사업 스톱 위기]北, "核동결 파기"…美와 협상 노릴듯

  • 입력 2002년 11월 15일 19시 23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가 14일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을 다음달부터 중단하고, 경수로사업의 지속 여부도 재고키로 함에 따라 제네바합의는 이제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파기될 운명에 처했다. 미국의 대북 강경 드라이브에 우려를 표명해 온 한국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KEDO 집행이사국들이 결국 중유제공 중단에 동의한 것은 제네바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핵개발을 해온 북한에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점검해 본다.

▽제네바합의 파기 선언〓북한은 그동안 2003년으로 예정됐던 경수로 완공 지연을 이유로 미국측에 전력손실 보상을 요구해 왔다. 따라서 경수로 공사 중단 가능성과 중유제공 중단은 북한 강경파들에게 제네바합의 파기의 명분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북한이 제네바합의 파기의 모든 책임을 미국측에 떠넘긴 뒤 단계별로 핵동결 이행 의무를 파기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떠보게 되는 경우다.

북한은 6주 단위로 영변에 파견돼 폐연료봉 8000여개의 봉인상태 및 핵시설 동결 여부를 확인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요원들을 추방할 가능성이 있다. 이어 흑연감속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몇 주 안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제조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와 함께 북한이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벼랑끝 전술’을 극대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국부 폭격(surgical strike)’에 나서 적극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은 94년 북핵 위기 때도 영변에 대한 폭격을 검토했다.

이와 별도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는 유엔 의장 성명 등을 채택한 뒤 북한의 주요 교역국가들에 대북 경제제재를 요청하는 순으로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이다.

▽시간 끌기 작전 사용〓가장 흔한 수법의 하나이다. 제네바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도 핵 동결은 유지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을 노리는 경우다.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한미일의 대북 압박 움직임이 구체화될 시점에 전격적으로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포함한 핵사찰을 받겠다’는 뜻을 표명한 뒤 미국과 사찰방식을 놓고 시간을 끄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응. 북한에 대해 이미 ‘가시적 조치’를 촉구한 만큼 북한의 이 같은 ‘지연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거부할 경우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 포기〓한미일 3국이 가장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해법(解法)이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시나리오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할 것을 우려해 북한이 거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은 체제 존속의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핵 카드의 효용성과 국제사회의 경제지원 및 대미관계 개선을 맞바꿀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특히 7월 1일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취한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경제교류를 위해서 이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낙관적 관측도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으나 북한이 가시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포기한다고 선언한다면 다시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개발 시인 일지
날짜주요 일정주요 내용
10.3∼5제임스 켈리 미 대북특사 방북북한 강석주 외무성 부상 핵개발 시인
17한미 정부, 북한 농축우라늄 핵개발 시인 발표선 핵 폐기 촉구
25북, 외무성대변인 담화미국과 불가침조약 체결 촉구
26한미일 로스카보스 3국 정상회담북핵 평화적 해결 확인
11.2∼5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방북북한의 태도변화 의사 전달
8, 9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북한 핵 폐기 촉구 및 대북 중유지원 문제 협의
14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12월분부터 대북 중유 지원 중단, 경수로사업 재검토 결정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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