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표, 정몽준 후보 연대거부 밝혀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20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왼쪽)와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동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 박경모기자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왼쪽)와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동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 박경모기자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의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향한 구애(求愛)는 결국 짝사랑으로 끝났다.

6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회동에서 박 대표는 연대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후보가 전날 밤 늦게 박 대표에게 전화로 연락해 이뤄진 이날 회동 전까지만 해도 통합21내에서는 한때 ‘박근혜 대표 입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1시간50여분간 배석자 없이 회동을 마친 두 사람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정 후보가 “당 대표를 맡아 도와주고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문을 열자 박 대표는 “제 정치적 소신과 맞지 않고, 회의적이다”며 거부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가 이어 “이미 신문에 여러번 났는데 못 봤느냐.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정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의 변호인) 강신옥(姜信玉) 창당기획단장의 문제는 제가 사려 깊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떨구었다. 그러자 박 대표는 “한 인사가 누굴 선호하거나 영웅으로 생각하는가는 자유지만, 그 인사가 어떤 정당에서 일할 때는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그 당의 역사관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층 단호하게 말했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회동 계획과 관련, “연락이 오면 만나겠다”고 말하자 정 의원의 얼굴은 아예 흙빛이 됐다. 이 후보와 박 대표는 빠르면 주말쯤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장소에서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1층 로비까지 자신을 배웅한 정 후보를 뒤로 하고 돌아선 박 대표는 “너무 딱 부러지게 말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나도 괴로워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정 후보가 박 대표를 너무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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