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아전인수 '대선 희망가'

  • 입력 2002년 10월 30일 18시 55분


2002년 대선은 92년 대선의 재판(再版)이 될까, 97년 대선의 재판이 될까. 한나라당은 92년이, 민주당은 97년이 재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일단 민자당 김영삼(金泳三), 민주당 김대중(金大中), 국민당 정주영(鄭周永) 후보가 나선 92년 대선의 경우 올 대선과 유사한 ‘빅3 구도’였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진영은 당시 YS가 영남에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42.0%의 득표율을 기록, 무난히 대권을 거머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실제 YS가 민자당이라는 거대정당을 가지고 있었고,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대세몰이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각종 직능단체가 이 후보 밑에 줄서기를 하는 등 ‘세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빅3의 지역 지지기반도 그 때와 대체로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또 여론조사에서 YS의 개인 지지도가 40%를 넘지 못했지만 당선가능성은 60∼70%에 달했던 것도 요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후보 개인 지지도 및 당선가능성 비율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당시에는 여당 프리미엄이 있었고 자금도 풍부해 부동층의 표쏠림 현상이 나타났지만 지금은 엄연한 야당이고 견제가 심하기 때문에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97년 대선과 올 대선이 유사한 점은 여당 후보가 당 내분에 휩싸여 지지율이 급락하는 와중에 제3의 후보가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는 점.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은 97년 당시 이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13%대로까지 떨어졌으나 11월 들어 지지율이 반전돼 김대중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펼쳤던 것처럼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정(李在禎) 선대위본부장은 “민주당 내분 사태는 당시 신한국당 내분 사태보다 열흘 이상 먼저 정리되고 있고, 노 후보 지지율은 당시 이 후보의 이맘 때 지지율보다 4∼5%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97년의 이 후보는 낙선했지만, 노 후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97년 대선 때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원내세력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3위로 밀려난 것처럼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지지율도 떨어질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게 노 후보측 주장이다.

한편 정 의원측은 “당시에는 원내 1, 2당의 대선후보가 1,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새 정치를 바라는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며 두 진영의 희망섞인 분석을 ‘비과학적’이라고 일축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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