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기자 신의주르포]反美구호 여전…백화점엔 아디다스 상품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02분


특별행정구로 선포된 북한 신의주의 한 신발공장에 미국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 신의주AP연합
특별행정구로 선포된 북한 신의주의 한 신발공장에 미국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 신의주AP연합
AP통신은 신의주가 특별행정구로 선포된 후 몇몇 외신기자들과 함께 북한 당국의 안내로 신의주에 들어갈 기회를 가졌다. 다음은 AP통신이 30일 전해 온 신의주의 모습 요약.

신의주는 평양에서 버스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과의 접경도시. 한적하다 못해 나른한 이 도시에는 한낮에도 자동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밤에도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사업하는 사람들과 관리들은 특별행정구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다. 외무부서 책임자 홍길남씨는 “(특구) 소식을 듣고 약간 놀랐다”면서 “이것은 고위당국의 소관사항이겠지만 투자자들이 우리 제도를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금 10배 올라…인플레 껑충▼

인구 40만명의 신의주 특구에서는 앞으로 중국의 위안화와 미국의 달러가 통용된다. 면적이 132㎢인 이 지역 둘레에는 벽이 둘러쳐져 북한의 다른 지역과 분리된다. 외곽의 농경지로부터 도심의 거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은 1979년 개방 직전 문화혁명의 유산인 건축물과 구호, 복장 등이 그대로 남아있던 중국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의주 백화점에 들어서자 아디아스(Adias)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등 상품이 있었으나 물건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점관리인 고종도씨는 북한에 대한 국제적 평판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악의 축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남들에게 못 되게 군 일도 없다. 우리는 미국의 그 따위 태도에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깊은 의심은 인근 신의주 신발공장 단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정치적 구호들이 줄줄이 걸려있는 단지 벽에는 미국의 수도를 쳐부수는 로켓과 갈가리 찢어진 성조기가 그려진 대형포스터도 눈에 띄었다.

▼주민 이주계획 자세히 모르는듯▼

7월 북한당국이 발표한 새로운 임금표에 따라 공장 직공들의 임금은 월200원(약 90달러)에서 1900원(약 860달러)으로 10배 가까이 올랐으나 워낙 인플레이션이 심해 임금인상의 의미는 퇴색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는 성과급 개념도 도입됐다.

이 공장 기술부 책임자인 이혁씨는 외국인이 공장에 투자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양빈(楊斌) 행정장관이 말한 주민이주계획 등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호어 평양주재 영국대리대사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복잡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일련의 실험”이라면서 “이들이 선택한 방식으로 이들이 요구하는 해결책이 단시일 내에 마련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의주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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