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국감]"한화 대한생명인수 실세개입 의혹"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41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왼쪽)이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과정에 권력실세들이 개입했다고 주장하자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왼쪽)이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과정에 권력실세들이 개입했다고 주장하자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서영수기자
24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결정과정에 권력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이 개입됐다며 실명을 거론했다.

정 의원은 이날 “5월5일 한화 김연배 사장이 독일에 체류 중인 김승연(金昇淵) 회장에게 전화해 대생 인수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회장은 ‘민주당 한 대표와 노 후보를 접촉해 협조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에게는 협조 요청 대가로 미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워싱턴 정가에 존재하는 노 후보에 대한 우려를 씻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정 의원은 덧붙였다.

그는 이어 “김 회장은 또 한화가 98년까지 소유했던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김모 대통령민정비서관에게 9월4일 전화를 걸어 ‘박지원 비서실장이 (한화그룹의 인수작업에) 나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부탁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박 실장이 같은 날 윤진식(尹鎭植) 재정경제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생 매각은 대통령 관심사항인 만큼 내일(9월5일) 열리는 회의에서 한화에 매각하도록 결정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이런 내용을 5분가량 발언한 뒤 “폭로한 내용은 (정보기관이) 도청한 것을 입수했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즉각 이를 문제삼았다.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누가 어떤 경위로 누구를 도청했는지 밝혀라”고 요구했고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정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사안이지만 정 의원이 입증 못한다면 사죄하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정 의원의 주장과 달리 김 회장은 5월 독일을 방문한 사실이 없으며 김 사장은 민주당 노 후보, 한 대표를 전혀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 실장도 “한화측으로부터 어떤 부탁을 받은 적도 없고 관련 부처에 압력을 가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한 대표와 노 후보도 “정 의원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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