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정상회담 김대통령이 숨은주역"

  • 입력 2002년 9월 1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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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북 결정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숨은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일 김 대통령이 지난 3월 22일 서울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회담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해 언급했다는 대화내용을 전했다.

김 대통령은 "그(김정일 위원장)가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는 않다"며 "세계의 여러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으니 얘기해 보는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는 것.

특히 김 대통령은 '그 나라(북한)의 모든 것을 그가 결정하기 때문에 서열 2위이하는 교섭의 의미가 없다'는 취지의 조언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 아사히(朝日)신문은 31일 김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에게 북-일 국교정상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대통령은 올 4월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을 간접적으로 설득했다는 것.

김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은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한내의 일부 급진세력이 저질렀던 일로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아라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어 세계은행 등의 융자를 받기 위해서도 요도호 납치범들을 국외 추방하라 △일본에 대한 과거 청산문제는 체면에 구애받지 말고 실리를 중시하라 △식민지 지배의 배상문제는 한국의 예를 따라 일정정도 타협하라는 내용이라는 것.

김 대통령은 또 임 특사를 통해 북한이 경제재건을 위해서는 외자도입과 원조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월 임동원특사의 방북이 북-일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임동원 특사가 4월에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에 북-일관계나 북-미관계의 진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이미 공개된 내용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북한과 일본 미국에 대해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대화를 통해서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일관성있게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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