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선 “민주당은 사기정당” 발언…親盧-反盧격돌 난장판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48분


16일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회의 초반 반노(反盧)측 인사인 안동선(安東善)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 도중 “이런 사기정당은 처음 봤다”고 말하자 친노(親盧)측과 반노측이 정면 격돌하면서 회의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인사말을 통해 “권력투쟁도 규칙에 따라 해야 한다. 연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우리 당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위해선 첫째도 단합, 둘째도 단합, 셋째도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신당추진 상황을 보고하려고 하자 안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면서 회의장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친노측의 조경태 부산 사하을 지구당위원장은 “나도 할말이 많다. 앉아”라면서 고함을 질렀다. 이에 반노측의 이윤수(李允洙), 송석찬(宋錫贊) 의원 등은 “왜 반말하고 그래. 발언권을 왜 안 줘”라면서 안 의원을 편들고 나섰다. 박 최고위원의 신당 추진 설명 직후 의사 진행발언권을 얻은 안 의원은 “후보와 대표가 딱 지키고 앉아서 문짝 걸어 잠그고들어오라고 하면 한 사람도 안 들어올 것이다”며 지도부를 성토한 뒤 “야당 50년하고 여당 4년 했지만 이런 사기정당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사기정당’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회의장은 난장판이 돼 버렸다. 친노측 인사들은 “나갈 테면 나가라” “사기정당이라니, 저 사람 왜 저래”라면서 고함을 질렀고, 안 의원과 가까운 일부 중진의원들은 “조용히 하고 들어봐” “당 만든 사람이 누구야”라면서 맞 고함쳤다. 노 후보측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은 최고위원들이 앉은 자리로 몰려가 “지도부가 발언을 말려야지 뭐하고 있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일부 원외 위원장은 회의 진행에 불만을 터뜨리며 “에이 XX 놈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안의원은 발언 직후 회의장을 빠져 나가 당사 기자실에서 탈당성명을 발표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이날 회의 진행 방식을 놓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당 지도부측에서 ‘이회창 후보 5대비리 사건’을 보고하자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이 판국에 뭘 지루하게 보고한다고 그러나. 지도부가 사표 써야지 뭘하고 있나”라며 당 지도부를 비난했다. 이윤수 의원은 “1차로 10여명이 나가고 나는 2차로 나간다”며 “내가 영입대상이더라도 이 당에는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명섭(金明燮) 의원도 월드컵에서도 옐로우카드 두 번 받으면 퇴장인데 물러나겠다고 했으면 비켜서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후보는 안의원 발언직후인 오전 11시 10분경 한국기자협회 창립기념 리셉션 참석을 위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노 후보는 리셉션 참석 도중 안 의원의 탈당소식을 전해 듣고 기자들에게 “살 빼지 않고 체질개선하는 방법이 있나요”라고 반문, 반노측 인사들의 탈당 움직임을 굳이 만류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