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당 앞으로" 각개약진

  • 입력 2002년 8월 9일 00시 14분


8·8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민주당 내의 각 세력들이 일제히 신당 창당을 향한 각개약진에 나섰다. 민주당은 9일 최고위원과 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열고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로 했으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거취와 신당 창당 방법 등을 놓고 계파별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 후보 진영〓노 후보측 정동채(鄭東采) 비서실장과 한화갑(韓和甲) 대표측의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8일 밤 회동해 신당 창당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조율했다.

노 후보측은 그동안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이날 “도전자가 있으면 언제든지 재경선하겠다”는 원칙론을 밝히면서 재경선이 전제된다면 신당 추진도 굳이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 후보측은 그러나 △재경선은 대의원이 중심이 되는 전당대회 방식이 아니라 국민참여 경선 방식으로 해야 하며 △늦어도 추석 전까지는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노 후보를 지지하는 쇄신연대도 8일 성명을 내고 “당 상임고문 등 중진들이 선거 지원에 나서기는커녕 연일 신당이나 후보사퇴론만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며 “당헌 당규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민주개혁연대는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9일 오전 모임을 갖고 개혁세력 중심으로 민주당이 거듭나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 채택을 강행키로 했다.

▽반노 진영〓반노(反盧) 진영은 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신당 창당 문제를 공식 의제로 상정하기로 했다. 또 노 후보의 선(先)후보 사퇴 등 기득권 포기도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반노파 의원들은 8일 저녁 지역별, 계파별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민주당 구도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으며 당 지도부와 후보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당이 분당으로까지 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도파 동향〓한화갑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총무를 축으로 한 중도파는 신당 창당은 불가피하며 노 후보까지 참여하는 ‘거대신당’을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 대표는 8일 밤 “노 후보와 의견을 조율했으므로 9일부터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를 시작해 신당 창당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무가 이끄는 중도개혁포럼은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신당 창당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김원길(金元吉), 박상규(朴尙奎) 의원 등 중도성향의 중진의원들도 8일 최소한 분당(分黨)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그동안 신당 창당에 관해 유보적 입장을 보여온 김옥두(金玉斗) 의원 등 동교동계 의원들은 한 대표를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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