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종착역은 민주 빅뱅?

  • 입력 2002년 8월 7일 18시 58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 박경모기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 박경모기자
‘분당(分黨)이냐, 신당(新黨) 창당이냐.’

민주당이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6일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겠다”며 ‘선(先)후보사퇴 불가론’에 쐐기를 박고 나선 반면 반노(反盧)진영은 재·보선 직후인 9일 신당 창당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심상찮은 노 후보진영〓노무현 후보의 한 측근은 7일 “후보가 직접 나서 신당론에 제동을 건 것은 그만큼 신당론이 위험 수위에 와 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 후보는 그동안 ‘신당 창당〓후보 교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노-한 체제의 축인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신당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신당 추진 세력이 반노 인사들로 구성돼 있는 데다 외부의 ‘제3 후보’를 옹립해 자신의 대항마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자칫 신당의 ‘들러리’ 역할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됐다는 것.

이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노 후보 진영에서도 천정배(千正培) 이강래(李康來) 의원 등 개혁세력 결집론자들의 목소리가 김원기(金元基) 의원 등 ‘신당 참여론자’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한 측근은 “노 후보 진영 내 최고의 ‘매파’는 노 후보 자신”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신당을 주도하지 못할 바에야 따로 살림을 차리는 것이 낫다”며 최악의 경우 개혁 신당을 목표로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파의 봉합 움직임〓한 대표-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김영배(金令培) 고문을 축으로 한 중도파 내부에서는 신당에 반드시 노 후보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이루어져 있는 상황이다. 분당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6일 노 후보의 강경 입장 표명 이후 그동안 신당 창당을 주도해 온 당내 반노 및 중도세력들은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반창(反昌)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배(金令培) 의원도 7일 기자와 만나 “한 대표와도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누고 있다. 내가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대리인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신당 창당이 ‘노무현 끌어내리기’를 겨냥한 것이 아님을 해명했다.

중도파 의원들은 또 노 후보에게 “신당에 참여해 경선을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설훈(薛勳) 의원은 “신당은 노 후보의 입지 강화용이나 다를 바 없는데 왜 노 후보가 망설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정균환 총무도 직접 노 후보를 만나 강력히 신당 참여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9일 신당 창당을 건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던 반노 진영의 의원들도 일단 성명서 발표를 보류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당론자들 중 상당수는 노 후보에 대해 정서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어서 노 후보측은 여전히 경계심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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