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수로 플루토늄 대량추출 가능”

  • 입력 2002년 8월 5일 18시 27분


헨리 소콜스키
헨리 소콜스키
북한의 핵개발 동결 조건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함경남도 신포에 건설 중인 경수로에서도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대량 추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빅터 길린스키 전 미국 핵통제위원회 위원과 헨리 소콜스키 비확산정책교육센터 집행이사는 4일자 워싱턴포스트 공동 기고문을 통해 “경수로 가동 15개월 후로 예정된 첫번째 핵연료 재주입이 끝나면 경수로는 거의 무기 등급의 플루토늄 300㎏을 저장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핵무기 12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이란에 건설하는 경수로에 대해 국무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도울 것으로 우려해 왔으나, 북한 경수로에 대해선 핵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해온 탓에 왜 똑같은 타입의 경수로가 이란의 경우에만 위협이 되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이란의 경수로 모두 핵무기 수십기를 제조할 수 있는 무기 등급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때부터 ‘북한 핵 동결과 대북 경수로 지원’을 골자로 하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해온 대표적인 미측 인사들이다.

이들은 △대북 경수로의 무기용 플루토늄 추출 가능 △경수로 공사 지연(2008년 완공 추정) △고압 송전망 추가 건설 필요(30억달러 추가 비용 소요) △북한의 극심한 전력난 등을 이유로 대북 경수로 건설을 취소하고 대신 북한에 화력발전소를 지어줘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다음은 그들이 주장하는 플루토늄 추출의 근거.

▽경수로에서 추출〓경수로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25년간 논쟁이 있어 왔다. 간과됐던 것은 경수로 역시 일반적으로 무기 등급으로 간주되는 플루토늄을 대량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는 연료를 얼마 동안 원자로 안에 넣어두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연료를 넣어둔 시간이 적을수록 핵무기 제조에 적합한 플루토늄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폐연료봉에서의 추출〓사용한 경수로 연료봉을 화학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은 이젠 과거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년간 훈련과 실험을 해온 북한 이란 등은 그 능력이 있다. 특히 핵연료 재처리 공장을 갖고 있는 북한은 여기에 길다란 폐연료봉을 작은 조각으로 쪼개 화학용해 탱크에 넣는 시설만을 추가하면 된다.

일각에선 그 같은 연료봉 절단기가 값이 비싸고 정교해 북한이 입수하기 어렵다고 하나 금속 절단용 톱과 물 속에서 쓸 수 있는 연마 디스크만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폐연료봉에서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은 몇 주일이면 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KEDO “실제 그럴지 의문”▼

KEDO 관계자들은 빅터 길린스키 전 미국 핵통제위원회 위원 등 전문가들이 북한 경수로에서도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분량의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KEDO 관계자는 5일 “경수로든 중수로든 원전이 가동되는 동안 계속해서 플루토늄이 비축되는 건 사실이다”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할 경우 연료 공급이 중단돼 상업용 원전으로서의 운명은 끝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북한이 플루토늄을 갖기 위해 핵사찰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200만㎾의 전력 포기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무릅쓰면서까지 경수로에 대한 핵사찰을 거부할지는 의문”이라며 “플루토늄 추출에는 대규모 시설과 상당량의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의 플루토늄 추출은 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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