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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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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USA투데이지는 파월 장관이 지난달 3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에서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전격 회동한 것은 “외교적, 개인적 쿠데타”라고 2일 보도했다.
투데이는 “파월 장관은 그동안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 등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으며 이들 3인의 ‘보수파 트로이카’는 중동 및 북한정책에서 (파월에 대해) 승리해 왔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파월 장관은 지난해 3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클린턴 행정부가 중단한 곳에서 대북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발언했다가 부시 대통령의 질책으로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한 일이 있다.
파월 장관은 그 후에도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의사를 직 간접으로 나타내 왔다. 이번 아시아순방에서도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은 사실(fact)과 현실(reality)에 입각한 것”이라고 두둔하긴 했지만 북한과의 대화는 “현실이 변화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투데이는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파월 장관은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이며 결국엔 그의 온건론이 승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파월 장관과 보수파의 힘 겨루기가 어떻게 귀결될지를 가늠하는 척도의 하나는 북-미 대화의 재개 시기와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장관은 5일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의 백 외무상과의 회동 결과를 보고하고 이어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서해교전 후 철회한 대북 특사파견 재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북-미 외무장관 회담 후 북한은 북-미 대화 재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미국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LA타임스는 2일 사설에서 북한의 유연해진 태도와 경제개혁 착수 움직임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북한이 보다 부유하고 큰 세계에 합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