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정권교체 추구안해”

  • 입력 2002년 7월 31일 18시 50분


미국이 최근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향후 북-미대화의 재개 여부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 장관(사진)은 지난달 30일 미국은 이라크와 달리 북한과 이란에 대해선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대량살상무기에 관심을 갖고 있고 때로 테러를 지원하기도 하는 이란 북한 시리아 등에 대해서도 정권 교체를 추구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정책은 이라크에선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것이었지만 다른 국가들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럼즈펠드 장관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이란의 경우 내 생전에 이란 국민이 정권을 향해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볼 수도 있다는 감이 들지만 다른 나라에선 그 같은 일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북한 등에서의 반체제운동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그동안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 온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대결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김 위원장 체제를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체제 유지를 최우선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북한엔 매우 고무적인 메시지다.

럼즈펠드 장관은 그동안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이 같은 유화적 발언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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