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청와대기자단 간담회]아들-亞太문제 해법 핵심 빠졌다

  • 입력 2002년 7월 15일 19시 00분


김대중 대통령(오른쪽)과 박지원 비서실장 -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대통령(오른쪽)과 박지원 비서실장 -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일 4개월여 만에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아들 비리문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김 대통령은 아들들의 구속기소 이후 참담한 심경을 피력하면서도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변을 유보하거나 어정쩡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거취만 해도 ‘본인이 결정할 문제’로 넘겼다. 아들들의 비리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전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 현직 국가정보원장이 차남 홍업(弘業)씨에게 떡값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그분들의 개인 돈이었다’고만 설명한 것 또한 핵심을 벗어났다는 지적이 많다.

아태평화재단 처리와 관련해서도 김 대통령은 정치권이 요구해 온 해체가 아닌 개편 쪽을 선택했다. 김 대통령이 앞으로 아태재단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아태재단 주요 간부가 비리에 연루됐지만, 재단에는 비리가 없었다”고 말한 것도 설득력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는 김 대통령이 ‘아들들 비리와의 단절’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민심과 김 대통령의 상황인식 간에 엄존하는 괴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 같은 괴리를 어떻게 좁혀나가느냐가 김 대통령의 임기말 안정적 마무리를 위한 관건이 될 것이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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