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우발적 도발로 몰고 있다” 한나라 축소의혹 제기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39분


'금강산 관광 중단하라' - 이훈구기자
'금강산 관광 중단하라' - 이훈구기자
한나라당은 3일 일본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정부의 서해교전사태 파장축소 의혹을 집중제기하면서 진상규명과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 등의 해임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축소의혹을 부인했고, 청와대는 문책과 관련해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축소의혹 제기〓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부터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의원총회에서 “정부는 서해도발이 우발적이라고 하면서 미국 일본에 냉정한 대응을 요청했다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고 주장했다.

강창희(姜昌熙) 서해무력도발 진상조사특위 위원장도 “국방장관도 국회 국방위에서 ‘의도적 도발’이라고 해놓고 정부가 뒤늦게 말을 바꾸는 것은 북한의 공격과 도발에 명분을 주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성명을 통해 “국방부가 당 진상조사특위에 해·공군 작전사령부, 육군정보사 국군기무사 관련 책임자들의 출석을 합의해놓고 돌연 불응했다”며 “조사활동을 방해,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시간벌기 작전을 청와대 민주당과 사전조율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하루 빨리 관계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박관용(朴寬用) 의원은 “북한이 서해교전을 일으킨 것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제주 답방 포기 명분을 얻고 김대중 정권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동시에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삐를 쥐기 위해 시도한 ‘벼랑끝 전술’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에도 북한은 같은 패턴으로 일관했다”며 ”이번 사태로 김 대통령은 무엇보다 김정일 답방 여건이 악화된데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부측 반박과 속끓는 청와대〓임성준(任晟準)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군 통신내용을 감청한 결과 북한의 도발이 우발적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방식으로 한나라당의 축소조작설을 일축했다.

임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더구나 그러한 성격규정을 미국이나 일본 정부에 알린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또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지금은 그런 문제(관련자 문책)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어떠한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책임있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건이 날 때마다 문책론을 먼저 거론해서야 누가 책임있게 사건을 수습할 수 있겠느냐. 미국의 9·11 테러 때도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문책 얘기 먼저 꺼내는 경우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도 내부적으론 서해교전 이후 군의 대응에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교전 이후 군 수뇌부가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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