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脫DJ’ 최후통첩…청와대에 전면개각 요구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1분


심각한 민주당 의원총회 - 안철민기자
심각한 민주당 의원총회 - 안철민기자
민주당이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전면개각과 아태재단 해체를공식 건의키로 함에 따라 이제 공은 청와대 쪽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탈(脫)DJ’를 둘러싼 진통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민주당의 전면개각 요구는 한나라당의 거국중립내각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김 대통령의 탈당으로 민주당과 현 내각과의 연계가 끊어진 만큼 내각의 중립성 요구는 의미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일부 최고위원들이 전면개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현 이한동(李漢東) 총리 체제가 갖는 이미지와차별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 이번 기회에 청와대 보좌진까지 물갈이를 함으로써 국정난맥상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놓겠다는 생각도 바탕에 깔려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민주당 측의 요구가 이미 공식적으로 절연(絶緣)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논리적 모순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아태재단 문제는 그동안 재단이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 왔다는 점에서 당내에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다만 아태재단이 공익재단인 데다 해산이나 헌납의 주체도 김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이사로 등재된 재단 이사회기 때문에 ‘DJ의 정치적 선언→이사회의 해산결의’라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탈당 문제는 탈당 결심을 굳혀가던 김 의원이 쇄신파들의 강압적인 축출 움직임에 반발, 다시 논의가 원점으로 회귀하는 분위기이다. 당 측도 김 의원 문제를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모양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공식 요구사항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당 측은 현재 한화갑(韓和甲) 대표에게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과 시기를 위임해놓고 있다. 한 대표는 직접 청와대를 방문하느냐, 문서로 전달하느냐, 아니면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하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민주당 측이 전면개각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대통령이 이미 탈당한 마당에 민주당이 개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느냐. 자기네 일이나 똑바로 할 것이지 무슨 터무니없는 얘기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공식 논평을 통해 “내각 개편 등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고 밝혔다.

한 고위관계자는 한 대표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 “못 만날 이유는 없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개각 단행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측의 요구에 떠밀려서 하는 모양을 보이고 싶지도 않지만,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아니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핵심관계자는 “지금처럼 탄탄하게 짜인 내각이 없다. 더욱이 이한동 총리를 대신할 인물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도 “다만 남궁진(南宮鎭) 문화관광부장관의 8·8 재·보선 출마문제도 있고…”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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